해외편
성인이 되고 난 뒤로 지금까지 45개 국가를 여행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을 가면 항상 조깅을 한다는데, 나는 새로운 도시에 가면 높은 곳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일을 빼먹지 않는다. 그리곤 버거를 먹는다. 여기에 본문에 다 싣지 못한, 세계 각국에서 만난 버거를 소개한다. 그 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체인점도 있고, 딱 그 도시에만 있는 로컬 식당도 있으니 해당 국가를 방문한다면 미리 찾아볼 것을 권장한다.
Rua do Loureiro 26, 4000-069 Porto, 포르투갈
이름처럼 만족스러운 버거와 맥주를 파는 곳. 번에 새겨진 "TGB" 세 글자가 버거를 한층 더 먹음직스럽게 한다. 포르투 시내에 몇 개의 지점이 있는데, 상벤투 기차역 지점을 추천한다. 아줄레주로 유명한 상벤투 기차역을 나와 포르투 대성당 쪽으로 가는 코너를 돌면 바로 보인다. 포르투의 모든 관광객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 날씨 좋은 날 테라스 좌석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Budapest, Király u. 8, 1061 헝가리
www.burgermarket.hu
헝가리의 로컬 버거 브랜드. 부다페스트를 여행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볼 수 있지만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은 역시 국회의사당 지역에 있는 REBEL - Burger&More 지점이다. 가게 내부는 버거 마켓 말고도 커피, 피자 등을 파는 트렌디한 가게들이 모여 있다. 일종의 펍 같은 곳으로 항상 사람이 많고 시끌시끌하지만 그만큼 분위기에 취하기 좋다. 기본적으로 네 가지 버거 메뉴가 있고, 여기에 원하는 토핑과 소스를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 버거만으로도 꽤 두툼하므로 치즈 정도면 추가할 것을 추천. 거의 베이글만큼 크고 두툼한 번이 인상적이다. 커피와 계란 프라이가 나오는 아침메뉴가 따로 있어서 아침식사를 하는 직장인들도 볼 수 있다.
2 Chome-5-5 Mihama, Chatan, Nakagami District, Okinawa 904-0115 일본
미국 체인점이지만 본토보다 일본에서 더 잘 나간다. 일본에서도 본 섬에는 지점이 없고, 미군 부대가 있는 오키나와에만 있는데, 명실공히 버거 서열 1순위다. 버거 외에 알코올이 들어가 있지 않은 루트 비어도 유명한데, 주문하면 냉동고에 보관한 차가운 맥주잔에 담겨 나온다. 가장 기본 버거인 A&W 가 유명하며, 어린이 메뉴가 따로 있고 캐릭터 상품들도 많아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좋아할 만한 곳이다. 다만 여주(현지 말로는 참프루)가 들어간 버거는 주의. 여주가 어떤 맛인지 모른 채 아이가 먹기라도 하면 난리가 난다.(무척 쓰다) 아메리칸 빌리지에 있는 지점이 유명하며, 드라이브 스루도 제공한다.
134 Kapahulu Ave, Honolulu, HI 96815 미국
하와이에 유명한 버거 가게가 몇몇 있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느낌이 나는 다른 가게보다 패스트푸드점 그 자체인 테디스 버거를 선호한다. 와이키키 해변을 걷다 보면 동쪽 끝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게 이름처럼 버거의 크기를 3단계로 고를 수 있지만, 제일 작은 사이즈의 이름이 Big이다. 주문할 때 패티의 굽기 정도를 물어보니 당황하지 말자. 버거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지만, 패티를 그릴에 구워 불 맛이 제대로 살아있고 육즙도 많다. 하와이라 그런지 거의 패티만큼 큰 구운 파인애플을 토핑으로 추가하는 사람도 많은 편이지만, 파인애플을 넣으면 많이 달다. 하와이 로컬 맥주도 파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맥주가 당기는 버거 가게다.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re Sydney (ICC Sydney E04, 14 Darling Dr, Sydney NSW 2000 오스트레일리아
https://www.bettysburgers.com.au/
일 년 중 350일이 맑다는 시드니는 왠지 채식하는 패셔니스트들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대체로 그렇다. 간판이나 메뉴에 'organic'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곳이 많다. 달링하버에 있는 베티스 버거는 그런 시드니에 딱 어울릴 법한 공간이다. 넓은 야외 테라스에 예쁜 조경이 자리 잡고,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달링하버의 뷰가 편안하고 아름답다. 실내는 유기농 화장품 가게 같은 느낌. 가게 인테리어를 보고 버거를 고른다면 베티스 버거가 단연코 1등이다. 버거는 야채에 가려 나머지 재료들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야채가 큼지막해서 채식을 하는 기분이 든다. 양상추, 시금치 등이 들어가는데 신선하고, 식감이 매우 좋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자튀김 대신 어니언링을 선택한다. 세트메뉴가 없고 제법 비싸지만, 시드니에서 가장 핫한 인스타 성지이므로 인스타를 한다면 꼭 가야 하는 가게다.
Via Santa Filomena, 35, 95129 Catania CT, 이탈리아
Tel: +39 095 715 35 18
Email: info@fudcatania.it
다른 책에서 발견한 곳인데 본문에 쓴 가게 중 유일하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지역에만 있는 로컬 레스토랑인데, 피자 원조국인 이탈리아에서 버거 전문점을 만든 그 패기가 대단하다. 빵부터 기름과 소스까지, 버거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가 시칠리아 산이고, 시칠리아 특유의 조리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버거뿐만 아니라 시칠리아 지역 특산물을 사용한 맥주, 잼, 크림, 쿠키, 오일, 와인 등을 파는데 하나같이 사고 싶게 생겼다. 공식 인스타그램을 방문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본편에 싣지 못해서 너무 아쉬운 가게인데 최근에 밀라노에 지점이 하나 생겼다.
Jalan Kayu Cendana No. 8B, Seminyak, Kerobokan Kelod, Kec. Kuta Utara, Kabupaten Badung, Bali 80361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버거는 특히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에어컨이 나오고 현대적인 시설이 갖춰진 몇 안 되는 곳들 중 하나니 말이다. 여행자 골목으로 유명한 스미냑에 있는 보스맨은 다른 가게들 사이에 확연히 눈에 띄다. 블랙&골드의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시원한 에어컨, 트렌디한 테이블, 'BO$$'라고 써진 깔끔한 유니폼을 착용한 직원들까지,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다시 서울로 돌아온 기분이다.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데, 바로 근처에 클럽이나 라이브 바가 많고, 해변도 가까워 놀다가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들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발리에 가면 쉬기 위해서라도 하루에 한 번은 들리는 곳이다. 단순히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버거도 맛있다. 메뉴판에 의하면 60일간 드라이에이징 한 소고기 패티를 사용한다고 한다. 소고기 1인분에 달하는 160g짜리 패티가 들어간 갱스터 버거가 유명한데 빈 땅 맥주와 함께 먹기 딱 좋다.
J3CV+2CX, Ayala Malls Feliz, Marikina-Infanta Hwy, Brgy, Pasig, 필리핀
https://www.facebook.com/BrickburgerPH/
레고 마니아가 버거집을 차리면 이런 느낌일까. 레고로 만들어놓은 것 같은 간판과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버거의 번도 여러 가지 색깔의 레고 블록 모양이다. 컵이나 메뉴, 실내 곳곳에 레고를 테마로 한 장식이 있으며 실제로 레고를 팔기도 한다. 색소를 너무 많이 사용한 듯한 블록 모양의 빵이 매우 크고 두껍지만, 막상 입에 넣으면 팬케이크 같은 식감이다. 맛을 떠나 졸리비를 제외하고 필리핀에서 제대로 된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Kemankeş Karamustafa Paşa, Dericiler Sk. No:10, 34330 Beyoğlu/İstanbul,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하는 모든 사람들이 귤루올루의 바클라바를 사러 카라쿄이에 간다. 사실 극단적인 단맛이 나는 바클라바는 다른 가게에서 사도 맛이 비슷비슷하다. 카라쿄이의 진짜 맛집은 여기다. 이스탄불을 여행하는 동안 먹은 음식 중에 유일하게 로컬 푸드가 아닌 곳이다. 케밥이라는 훌륭한 대체제가 있는 나라에서 굳이 버거를 먹은 이유는 런던의 펍같이 튀는 외관도 있지만 야외 테라스 석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표정 때문이었다. 해 질 무렵이면 켜지는 붉은 야외등 아래에서 언뜻 보이는 블루모스크 지붕을 바라보며 먹는 버거의 맛은 최고다.
1040 N Miami Ave, Miami, FL 33136 미국
이미 충분히 많은 미국 버거를 소개했지만 하나만 더 추가하겠다. 방문했을 당시에는 마이애미 해변의 푸드트럭이었는데 어엿하게 성장해 매장을 낸 바이스 버거다. 정식 매장은 마이애미 다운타운의 아케이드 상가 안에 생겼지만 역시 여행자가 가기 좋은 곳은 사우스비치의 푸드트럭이다. 블랙 핑크로 꾸며져 예쁘장한 로고와 달리, 육중하고 기름기 꽉 찬 치즈버거 전문점이다. 패티보다 패티의 기름에 젖어 촉촉해진 빵이 더 맛있다. 사우스비치의 나이트클럽에 가기 전, 출출한 배를 미리 채우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Blvd. Kukulcán, La Isla II, Zona Hotelera Planta baja, 77500 Cancún, Q.R., 멕시코
멕시코도 대표적인 버거 멸종 국가 중 하나다. 타코, 케사디야, 부리토 같은 훌륭한 대체제가 너무 많다. 하지만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만 방문하는 칸쿤의 호텔존 만은 예외다. 칸쿤의 호텔존에서는 하드락 카페 같은 미국식 체인점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버거 코너는 드물게 멕시코식 버거를 지향한다. 과카몰리가 잔뜩 들어가거나 으깬 검은콩, 멕시코식 햄 초지소 등을 사용한 버거를 판다. 칸쿤의 대표적인 쇼핑 빌리지인 라 이슬라에 있으니 쇼핑을 하러 들렀다면 멕시코식 버거를 먹는 것도 잊지 말자.
上海市黄浦区南京东路829号上海世茂广场F2
http://www.bluefrog.com.cn/en/menu/
중국의 다른 도시와 달리, 상하이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블루 프로그 역시 세계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이지만 그중에서도 버거가 특히 훌륭하다. 상하이에 지점이 여러 개 있지만 난징루의 보행자 거리에 있는 지점을 추천한다.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먹자골목에서 울프강 하우스 같은 세계 각지의 유명 레스토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블루 프로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답지 않은 가격이지만 내부에 갖춰지니 훌륭한 바와 인테리어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개인적으로 Truffle Mushroom Wagyu Burger를 추천한다. 말로만 들어보던 트러플을 난생처음으로 먹어본 곳이었는데 그 향과 맛이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