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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Jul 18. 2020

사랑받는 일

여행 금지 시대


브라질이 배경인 드라마를 보고(이파네마의 연인들) 브라질이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갑자기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웬일인가 싶어 급히 기억을 더듬었다. 낯선 언어의 동네 사람들이 내는 소음, 창 밖에 널어놓은 흰 빨래 위로 내려앉던 햇살들, 땀으로 젖은 팔뚝에 착하고 달라붙던 축구공. 곧 이유를 찾았다. 그건 바로 사랑받는 일 때문이었다. 그것도 낯선 이에게 받는. 


소매치기와 강도로 들끓는다는 리우 데 자네이루를 여행하던 친구와 나는 예수상을 찾았다. 얼은 호수 위를 걷는 사람처럼 잔뜩 긴장한 채 계단을 내려오는 길에 한 무리의 여성들을 만났다. 정확히는 친구가 내 사진을 찍는 순간 한 아가씨가 불쑥 프레임 속으로 들어온 것. 당시 세계를 뒤흔들었던 노래 강남스타일이 한국인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끌어올렸던 모양이다.


떠듬떠듬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들과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스페인어를(브라질은 스페인어가 아니라 포르투갈어를 쓴다) 구사하는 우리 사이에 해석 불가능한 대화가 몇 차례 오갔고, 몇 차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곤 납치라도 당하듯 낯선 그녀들의 봉고차에 태워져 무사히 숙소까지 돌아왔다.


꺼내놓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기억에 입가 가득 미소가 번지는 건 그 세세한 기억이 아니라 아직까지 마음속 어딘가를 채우고 있는 그 평화롭고 화사한 기운 때문이다. 긴장을 풀고 동네 술집으로 나아가 맥주 한잔 들이킬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했던 그 기운. 호기심이라고도 할 수 있고, 호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다시 여행을 못가게 될까 두려워 지는 요즈음, 낯선 이에게 받았던 그 사랑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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