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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AWRIKER Oct 26. 2020

기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기에

어느 샐러리맨의 우울 #2.

한동안 버려져 있던 부지에 공사를 알리는 팻말이 세워졌다.

그곳에 메이저 건설사의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건설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쇠락해진 동네 분위기에 새로운 활기가 되어 주리라는 일종의 기대감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건설 부지에는 여러 중장비들이 들어섰고, 높게 가려진 가림막 너머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굉음과 먼지 그리고, 울림이 전해져 왔다.




공사 현장이 출퇴근길에 위치하고 있었던 까닭에 원하든 원치 않든 그 앞을 지나쳐야 했는데 당시에 나는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서부터 시작해 1층, 2층... 하루가 다르게 높아져가는 건물을 바라보며

'저 아파트가 완공될 즈음이면 나도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어 놓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 같다.


마침내 아파트는 완공되었고 층층마다 하나둘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무렵 문득, 날카로운 질문이 내 가슴속을 파고든다.

"그래서, 너는 이룬 게 뭔데?"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장밋빛 미래에 도취되어 섣부른 희망을 품게 만들었고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나서야 잠시 잊고 있었던 기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희망의 촛불에 기대를 거는 까닭은...?

인간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행복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된 불치병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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