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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AWRIKER Oct 26. 2020

출근길, 이순신 장군과 조우하다

어느 샐러리맨의 우울 #3.

1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광화문으로 향하는 출근길에는 항상 같은 장소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매일 아침 출근길에 장군의 동상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에게 말을 걸곤 했다.

지난밤 안부인사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오늘 하루 나의 일정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어졌다.

아직 회사 일이 많이 서툴고 어려워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분명 잘해 낼 수 있다고...

그러니 한번 지켜봐 달라고...

그리고 이런 나를 응원해 달라고...

항상 그와의 대화는 나의 오늘에 대한 건투를 비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그때의 나는 아마도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다는 감사와 설렘, 하루에 대한 자신감과 열정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할 장군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같은 길이었는데...

매일 아침마다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누던 장군의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 내 눈앞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쩌면 나는...

부담스러운 하루의 무게에 짓눌려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보며 걷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커져버린 책임의 두려움에 잔뜩 좁혀진 시선으로 오로지 한 치 앞만을 응시하며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더 이상 말 못 하는 동상과 인사를 나누고 하루를 다짐하며 열정을 되새김질하는 그런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어진 건지도 모른다.




빛을 잃은 눈으로 담담히 걸음을 옮기던 나의 시야에 문득 들어온 장군의 모습.

"오늘, 너의 하루는 충분히 두근거리느냐?"


호령하듯 마음을 울리는 그의 물음에 이내, 눈을 떨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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