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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채 Oct 17. 2023

새벽 1시에 출근하는 직업이 있습니다.

저는 어부의 아내입니다.





동이 틀 때쯤이면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이 울린다. 남편의 메시지가 여러 개 들어와 있다.

장장 7, 8, 9, 10월의 반이 지나고서야 조업은 재개가 되었다. 그렇게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은 생각보다 변수가 많다.


직업군인으로 10년 넘게 있었던 남편은 결국 뱃사람이 되었다. 군인 때가 벗겨진 지 오래되었다 싶었는데 그래도 새벽에 알람도 울기 전에 눈을 뜨고 로봇처럼 몸을 일으켜서 출근 준비를 하는 것 보면 여전히 군에 있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조업의 시작은 새벽 1시 경이다.

경매 시각에 따라서도 물고기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일찍 나가서 건져 올린 뒤에 얼른 어판장에 가서 줄을 서서 뜬 눈으로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아직은 월급 받는 어부이기에 그날그날의 어획량에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에게 가끔은 일에서 오는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1시간 조금 안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어장에서 작업을 한다.

출퇴근이 쉽지 않아서 현재 남편은 어촌인 시댁에서 지내고 있다. 사장, 사모님인 시부모님과 함께 오붓(?)하게 지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거친 파도를 가르며 매일 뜨는 해를 보며 그렇게 바다 위에서 일을 한다. 작업하다가 바닷물에 빠지기도 하고 이곳저곳 다치기도 하는데 그렇게 어부의 아내로 사는 일은 매 번 가슴을 졸이는 날의 연속인 거다.


나는 우리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 그리고 공부를 병행하느라 나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바다에 나가 있을 남편의 걱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처음 배를 타기 시작했을 때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아야만 마음이 놓였고, 기다리는 게 불안해서 집안 청소를 해가며 애타게 기다렸었다.


이제 6개월 차쯤 되니 나도 조금은 익숙해지는 것 같지만, 피곤해 죽을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또 가슴이

철렁하기도 한다.


이렇게 어부의 아내로 사는 일은 멘탈을 잘 붙들어 매야 하지만, 나름의 장점이 있다.




매일은 아니지만, 바다 위에 솟아오르는 해를 누구보다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작업 때는 사진을 잘 안 찍는 남편도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는 자주 찍어 보내준다. 그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벅차오르면서 희망이라는 게 생기는 느낌이 든다.



때론 버겁고 지칠 때도 많지만 하루하루를 꼬박 채워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배도 그렇게 매일 ‘희망’을 향해 항해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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