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에는』/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5월엔 챙길 것이 많은 달이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등.
5월에는 가족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만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다가오는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그림책 두 권을 가져왔어요.
전미화의 『다음 달에는』과 존 버닝햄의『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입니다.
『다음 달에는』 전미화 그림책/ 사계절
까만색 크레파스로 그려진 배경을 옆으로 하고, 엎드려서 그림책을 보고 있는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기쁜 듯 슬픈 듯 묘한 표정입니다.
아이가 엎드려 있는 위쪽 선반에는 가방이 걸려있고 아이의 작품인 듯한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이불 같은 것이 포개져 있고 칫솔과 휴지도 보입니다. 거실과 욕실이 하나로 되어 있는 곳인가 봅니다.
궁금해서 냉큼 책장을 넘깁니다.
한밤에 짐을 쌌다.
아빠는 이불을 두고 침낭을 챙겼다.
아이와 아빠는 어디를 가는 걸까요?
다음 장을 넘기니 아빠는 큰 배낭을 메고 침낭을 옆구리에 끼고, 아이도 가방을 메고 뒷모습만 보인 채 까만 밤에 어딘가로 갑니다.
아이와 아빠는 공사장 앞에 있는 봉고차로 갔습니다.
아빠는 공사장에 일하러 다니고 아이는 혼자 차에서 지냅니다. 점심이 뒤면 아빠가 반찬통에 음식을 날라 옵니다. 아이는 먹기 싫지만 아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지요.
아빠는 밤마다 아이에게 다음 달에는 학교에 보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납니다.
밥을 먹으면 근처 화장실에서 씻고, 가끔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지요.
비가 오는 날은 아빠랑 도서관에 갑니다. 책을 구경하고 아빠랑 컵라면을 먹습니다.
아빠랑 함께 있으면 좋아요.
혼자 있는 날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습니다. 우연히 반장을 만나면 화장실로 숨어버립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쫓아옵니다. 아빠와 아이는 차를 타고 떠납니다.
아빠는 엉엉 울고 아이는 그런 아빠를 걱정합니다.
아빠는 아이의 학교를 걱정하지만 아이는 아빠가 울지 않는 게 더 좋습니다.
다음 달에 아이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아빠와 아이는 다시 웃을 수 있을까요?
무채색이 가득한 단순한 색감의 책이지만, 얼굴과 손 부분은 살굿빛입니다. 힘들지만 아빠와 아이가 서로 보듬고 사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색칠은 투박하게도 테두리를 자꾸 벗어납니다. 아이가 이야기를 끌어가고, 그림은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 같습니다.
하루하루 고되지만,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빠와 아들. 아빠는 아이를 걱정합니다. 아이 역시 아빠를 걱정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멋진 울타리가 되고 싶어 하지만, 어느 결엔가 아이에게 기댈 때가 많습니다. 그 작은 아이가 손을 내밀고 엄마를, 아빠를 안아줄 때 힘이 나곤 합니다. 가족은 이렇게 살아갑니다. 미안해하는 마음보다 고마워하는 마음이 크면 힘들어도 견딜 수 있습니다.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 존 버닝 햄 글·그림/ 이상희 옮김/ 비룡소
제목이 ‘셜리야, 물가에 가지 마!’지만 주인공은 이미 해적 깃발이 달린 배를 타고 노를 젓고 있습니다.
표지를 들추면 엄마 아빠는 바닷가에 의자를 펴고 앉아 각자 할 일을 합니다.
셜리는 보이지 않고 저 멀리 바다에는 배가 떠 있고, 하늘에는 구름을 띄워주는 바람 신이 익살스럽게 보입니다. 더 멀리 섬도 보입니다. 셜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셜리는 부모님과 바닷가에 갑니다.
부모님은 헤엄치기엔 쌀쌀한 날씨라며 가져간 의자를 놓고 앉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놀라면서도 새 구두에 흙탕물이 튀면 안 된다고 합니다.
셜리는 어느샌가 다가온 개와 피터 팬 놀이를 시작합니다.
셜리에게 얘기를 하고 이것저것 챙겨 주는 것 같지만, 부모님의 눈길은 셜리에게 가 닿지 않습니다.
저마다 자기 일에 바쁩니다.
엄마는 뜨개질하고, 아빠는 신문을 읽다 잠이 듭니다.
셜리야, 아빠가 좀 쉬고 나면 너하고 놀아 줄 거야.
셜리는 강아지와 함께 해적들을 물리치고 보물을 찾아내 여왕이 됩니다.
아빠는 깜깜해질 무렵에야 엄마가 깨워서 눈을 뜹니다.
이제 집에 갈 시간입니다.
해적선 놀이를 끝낸 셜리는 마지못해 엄마의 손에 이끌려 돌아갑니다.
아이들은 어떤 부모를 더 좋아할까요? 아니 어떤 부모가 필요할까요?
어린이날이 다가오니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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