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살 것 같다. 죽는 줄 알았네.”
힘든 자세를 유지하다가 풀 때마다 속으로 하는 말이다. 자세를 할 땐 힘들고 풀면 살 것 같다고 느끼는 건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선생님은 요가가 주는 이런 감정이 인생에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우리는 힘든 일을 표현할 때 ‘죽을 만큼 힘들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죽을 만큼 힘들다가도 그 일이 지나가고 나면 또다시 살 만하다. 언젠가 힘든 일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지만, 일단은 살만 하다.
요가와 명상을 배우면서 감정은 우리에게 머무르지 않고 곧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늘에 있는 구름도 잠깐 바라볼 땐 멈춰있지만 가만히 보면 바람을 타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듯이, 우리의 감정도 사라지지 않고 영원할 것 같을 때가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요가적인 태도를 배우기 전에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로 인해 힘든 상황이 생기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편이었다. 그럴 수 없을 때는 냅다 도망치기도 했다. 하지만 감정은 머무르지 않는다는 걸 배운 후에는 힘든 마음을 가만히 둔다. 내 마음은 나만이 가장 잘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면서 내 머리 위로 감정들이 구름처럼 흘러 지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구름을 마음의 눈으로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로 흘러간다. 내가 힘든 순간을 견디는 방법이다. 가만히 본다.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구름이 걷히고 나면 해야 할 일들을 명확히 볼 수 있을 때가 온다.
세상만사가 편해진다는 말이 아니다. 나의 방법이 힘든 상황을 벗어나는 만능 해결책이라는 말도 아니다. 그저 마음이 아주 괴로울 때, 그래서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 때, 그 괴로움은 결국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위로가 된다. 그건 누가 누구에게 해줄 수 없는 차원의 위로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나 자신에게만 해줄 수 있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힘든 순간은 지나가고, 그걸 아는 건 퍽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