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을 대하는 자세
새벽 2시 16분, 갱년기 이후로 알람 맞춰놓은 듯 정확하게 눈을 뜨는 시간이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깨고, 다시 추워서 잠이 드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가 꿈을 꾸고, 잠을 설치고 멍한 상태로 출근한다.
요즘 이상 기온으로 연일 70도를 찍고 있는데 건물 자체에서 에어컨 작동이 안된다. 통유리로 되어 있는 우리 팀 사무실은 창문도 없고 거의 숨쉴 수 없을만큼 탁한 공기와 때아닌 더위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집에서 가져온 작은 선풍기를 희망처럼 붙들고, 아무리 더워도 핫커피만을 고집했던 내가 아이스커피를 만들었다. 평소에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한 여름에도 에어컨을 싫어했지만, 지금은 내 몸이 반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모든 것들이 예전 같지 않다.
자고 일어나면 손에 번져있는 습진과 물집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못생겨진 손을 바라보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왜 서글퍼지는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 모든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이기 위해 정신줄을 붙잡는다. 어쩔 수 없는 변화에 대해 화를 내거나 슬퍼하고 싶지 않다. 늙어가고 있는 것, 내 인생의 책장을 매일 넘기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마지막 장을 마주할 때가 온다.
멋있게 늙고 싶다. 그동안 잘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삶보다 죽음 앞에 더 정직한 모습으로 서고싶다. 양파를 벗기다가 눈물이 나왔는데 그 눈물 냄새가 반갑고 익숙한 것처럼, 그동안 흘린 눈물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