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단상 46
오늘 팀 회식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미국 변호사는 빼고 한국 직원들끼리만 모였다. 일하기 시작한 첫 주에 모인 이후로 3개월 만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만 있는 '정'이라는 단어 때문에 일을 하면서 마음에 담아 두었던 섭섭한 부분이나 쌓였던 감정을 밥(술)을 먹으며 풀어버린다. 사실 이런 것도 그때는 분위기 좋게 느껴지고 다 잘될 것 같지만, 내일이 되면 다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오해로 서로에게 불만을 갖게된다. 그게 일상이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변호사 차를 같이 타고 가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원래 그의 꿈은 배우였다. 이민 1세대로 세탁소를 운영하며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던 부모님 때문에, 또 마침 학교를 장학생으로 붙어서 가게 되었지만 나중에 반드시 배우를 할 것이라고 한다.
나와 띠 동갑인 그에게,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너무 조금 자거나 혹은 너무 많이 잔다는 그에게, 항상 불안해 보이는 그에게 나는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때라고... 10년 뒤에는 정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온다고... (참고로 나 역시 서른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을 떠났고 그래서 힘겨웠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변호사라는 타이틀은 멋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삶은 힘겹다. 그 타이틀 뒤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책임이 따른다. 인생의 모든 일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쉬운 일은 없다. 그러나 어떤 모양이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
하고 싶은 마음보다 돈을 못버는게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이 길을 선택했다는 그가 왠지 안쓰럽다. 돈이 조금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은데...
사연 없는 인생은 없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또 어쩌다 이렇게 팀으로 만나서 인생의 한 부분을 나누게 되는지...
나는 오늘도 다른 사람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ps 색다르게 꾸민 지하철이 집으로 가는 지친 길에 밝게 웃어주는 것 같다. 그래도 힘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