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꽂힌 건 이강인입니다

열정적인 사랑꾼 ADHD녀의 고군분투기

by 그리다 살랑

매콤 달콤 치토스와 생라면으로 부셔먹을 안성탕면 그리고 간단하게 흡입할 컵라면까지, 준비완료다.


잠시 후 밤 9시면 이강인의 psg 경기가 치러진다. 특별히 오늘은 한국 팬들을 위한 이벤트로 선수들 전체가 한글로 프린트된 유니폼을 입고 뛴단다. 대놓고 상업적이라며 비판하는 시선도 있지만 어차피 대놓고 하든 은밀히 하든 돈이 연관된 곳은 다 그렇다. 돈과 연관되지 않은 곳이 있던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어린 시절의 감성도 돈으로 산 우울증 약과 ADHD 약의 도움으로 지나가고 있다. ADHD는 뭔가에 잘 꽂힌다. 그중에서도 나는 더 심한 거 같은데 기억나는 것만 몇 개 훑어본다.


처음에 꽂힌 건 메시였다. 하지만 이미 아들이 셋인지라 서둘러 마음을 정리했다. 오래 끌고 가봤자 승산(?)이 없었다.


그러다 르뱅쿠키를 먹게 됐다. 하루에 1개씩 먹다가 3개씩 먹게 되고, 몸무게의 저울이 고장 난 듯 늘어지자 이건 아니다 싶었다.


르뱅쿠키가 싫다고 확언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글을 쓰자마자 딱 끊어진 건 아니다. 일주일에 3개 사던걸 2개만 사고 2개 사던 걸 1개만 사게 됐다. 르뱅쿠키가 싫다고 동네방네 확언을 해놓고선 "아직도 먹습니다" 할 수는 없었다. 그 카페를 방문하면 쿠키가 너무 사고 싶으니 뜸하게 방문했다. 어쩌다 갔을 때 쿠키가 품절이면 안도하기도 했다.


르뱅쿠키를 끊기 위해 다른 카페를 다니다가 발견한 테라로사의 얼그레이 파운드케이크. 한 덩어리를 통째로 사다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냉동시켜 놓고 하루에 한 개씩 그러다 두 개씩 먹기 시작했다. 현타가 왔다. 르뱅에서 파운드케이크로 갈아탈 거면 이게 르뱅을 끊은 거냐 안 끊은 거냐. 허무한 생각에 테라로사도 안 가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우리 집 근처엔 없어서 교회 갈 때만 살 수 있는 데다 주차도 어려웠다. 교회 끝나고 들르고 싶을 때마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서 먹게 된 게 스타벅스의 THE 촉촉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 도대체 나는 달콤 촉촉한 걸 먹지 않으면 마음이 허한 것일까, 왜 간절히 구애하는 어떤 대상을 항상 만드는 것이냐. 초콜릿 케이크를 억지로 떼어내며 나는 이제 다른 사랑으로 현재의 사랑을 대체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사랑의 덫은 너무도 무성하고, 감수성 풍부한 ADHD녀는 어디로든 빠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엔 이강인이다.

(강인아 도망가)



일단 나이 검열. 열일곱 살 차이. 내가 나이가 좀 있구나. 그래도 내가 좀 동안이잖아(?). 편의점에서 치토스와 라면을 품에 안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사뿐하다. 쓰레기 버리러 나오려면 혹한의 바람과 칠흑 같은 어둠뿐인데 이강인을 맞이할 새색시의 밤은 맨발에 슬리퍼를 끌어도 후끈후끈, 볼은 발그레하니 달아오른다. 39년 내내 미라클 모닝은 안 되는, 난 그냥 저녁형 인간이구나 포기하고 살았는데 프랑스 파리에서 이강인이 부르면 새벽 4 시건 5 시건 좀비처럼 이불에서 기어 나온다. 미처 깨지 못한 정신과 몸뚱이로 TV의 전원 버튼을 누르면 이강인의 플레이가 펼쳐진다. 서서히 잠이 깨고 정신이 또렷해진다.


그와 나, 이 공간에 우리 둘 뿐이다.

(강인아 도망가)..지마,,


이강인은 스물둘 나는.. 아니 나도 풋풋한 스물둘이 되어 너의 앞에 선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방식으로 만날까, 정신과 입원이 시급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동안 골키퍼 돈나룸마의 퇴장으로 psg는 10명이서 싸웠고 그래도 2:0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마쳤다. 아이들을 재우고 강인이가 없는 시린 가슴을 생라면과 치토스로 채운다. 몸이 안 좋아 새벽 1:30 손흥민 경기는 보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큰아이한테 옮았는지 이틀을 몸살로 앓았다. 이강인의 다음 경기가 일주일 뒤나 있어서 상사병에 걸린 건 아니다...




무언가에 잘 꽂히는 ADHD라 이런 걸까

공상 속에 사는 INFP라 이런 걸까

혈기왕성한 3040의 열정인가

이도저도 아닌 그냥 정신과에서 용량을 더 올려야 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안 이러고 사나 궁금하다.


길고 긴 일주일이 지났다.

내일 새벽이면 강인이가 또 나를 부를거다.

설레서 오늘 잠이 올랑가.



사진출처 - 네이버 이강인 프로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르뱅쿠키가 정말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