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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un 21. 2024

과일은 셀프 2탄

이번 편은 참외

https://brunch.co.kr/@salsa77/185


아이들이 크면서 귀가 시간이 달라졌다.

들어오는 순서대로 밥밥을 외치면 난 순서대로 밥밥을 차려 낸다.

난 일하는 엄마라 4시나 5시쯤 하교 후 배고파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 거리는 하이에나 같은 아들들에게 늘 미안하다. 라면을 간식 삼아 때우는 아들들에게 영원히 미안할 것 같다.

여름에는 간식을 만들어 보냉가방에 아이스 팩과 함께 두기도 했지만 식은 음식은 맛이 별로라 이제 아예 라면이나 과자로 배고픔을 달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아들들의 저녁식사를 차려 내고 다 치우고 자기 계발 타임을 가지려는 순간 남편이 귀가했다.

오는 순서대로 세 번 차려 내야 했던 그날 남편에게

"오늘 밥을 세 번 차리게 생겼네"

라며 퇴근 후 밥을 먹겠다는 남편에게 푸념 섞인 소리를 해 버렸다.


역시 남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내가 매일 저녁 먹나?"

라며 언성을 높이며 응수했다.

난 전에 언급한 적이 있듯 눈만 부릅떠도 깨깽을 자동으로 실천하는 최약체 인간이다.

다이어트를 한다더니 꼭 그런 날 밥을 먹겠다 했다.



맞다 남편은 고맙게도 저녁을 집에서 먹는 날 보다 밖에서 술과 안주로 때우고 오는 날이 많은 사람이다. 

남편을 돌려 까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저녁을 차리는 것이 한 번이든 두 번이든 힘들다는 투정이었다.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는 것에 대한 수고를 모르는 많은 이들이 한국에는 존재한다.

외국에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 집에도 떡하니 존재한다.


가사 노동을  해 본 적이 결혼 전 거의 전무후무했던 남편은 어릴 적 장남 장손이 주방에 들어가면 중요 부위가 떨어진다는 교육이라도 받은 듯 가사 노동의 이해도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답지 않게 하급이다.

그래도 수년간의 앓는 소리 덕에 설거지나 분리수거는 가끔 하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 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남편 포함 아직 까지 많은 이들이 식사를 차리는 일부터 대부분의 가사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릴 없이 가사 노동을 쉽게 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홈그라운드에서 비바람 맞지 않고 하는 일이라 편할 것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난 일을 하지만 전업 주부들이 편하게 집에서 놀고먹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가사 노동은 돈이 안되기에 업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따지고 든다면 아주 하찮다. 

그냥 열정 페이다.

순수한 희생정신을 통해서만 가사노동을 정신으로 평가하니 눈에 안  보이는 그 고귀한 희생정신은 당연한 듯  평가절하가 되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가사 노동이 쉽다고 생각한다.


퇴근한 남편이 어제는 참외 먹자 하였다.

속으로 지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생각했다.

예전에 이런 로 다툰 이 있다.

"자기가 깎아 먹어" 하니

남편은 "그거 해 주는 게 어렵나?"

라며 언짢아했다.

 "그 안 어려운 일 본인이 하면 되지"

어제도 속으로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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