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Jan 02. 2024

아이가 아플 때

워킹맘은 미친다.

친정 부모님이 함께 육아를 도와주셨지만

우리 집 대식구는 나도 친정 엄마도, 친정 아빠도, 남편까지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었다.

친정 엄마는 몇 년 전 은퇴 하셨지만 그때 당시 딸인 나를 위해 엄마는 황혼 워킹맘을 자처하신 셈이다.

엄마의 결정은 대단했고 난 그 후로 영원히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을 엄마께 진 셈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다.

다치고 아픈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날 저녁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한다.

아이의 건강을 제일 먼저 걱정해야 하는 나는 사실 다음날 출근 걱정을 먼저 하고 있었다. 

열이 나기 시작한 아이의 이마에 열 패치와 물수건을 번갈아 가며 올리고 열을 수시로 체크한다.

지인들도 열나는 아이를 봐주기는 힘들다.


지역에 돌봄 선생님 지원 제도가 있긴 했지만 최소한 일주일 전에 신청해야 선생님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아이가 나 일주일 후에 독감이 걸릴  예정이에요

라고 예고 하고 아픈 것도 아니니 워킹맘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 가는 일조차도 버거워진다.

발을 동동 굴러봤자 답이 없는 상황이 비단 이 한번 뿐었겠는가?

결국 선택은 당연히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수업을 하지 못한 만큼 보강 수업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하루 정도면 그래도 양호하다.

입원 결정이라도 떨어지면 워킹맘은 발동동과 함께 눈물도 뚝뚝 흘리게 된다.

애는 아프지 일은 가야 하지 

이 심각한 딜레마는

아이가 아픈데 일 걱정이나 하고 있는 나를 미치도록 원망하게 만들었다.

원망은 나를 넘어서 외부로 방향을 옮겨갔고

결국 그 원망의 화살은 아이의 또 다른 양육자인 남편에게 쏟아져 내리기도 여러번이었다.


조상님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답이 없는 이 상황을 타계할 만한 적당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에게 미안해 상당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눈물 나는 이 상황에서도 죄책감은 고스란히 엄마인 내 몫이 되었다.

그때쯤 되면 사돈에 팔촌이라도 잡고 도움을 청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리고 식구들이 하루씩 휴가를 내어 입원한 아이를 돌보며 한 고비를 넘긴다.


아이 간호에 열과 성을 다한 결과로 아이가 생생해지면 엄마인 난 으레 시들시들 해 지곤 했다.

거기다 프리랜서인 나는 못한 수업만큼의 보강 수업을 해내느라 다시 피곤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자식 간호 끝에 몸살 나는 엄마의 그 엄마가 바로 나다.


지역 맘카페에 한 번씩 올라오는

애가 아픈데 봐줄 사람은 없고 출근은 해야 돼요

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 한 번씩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안 그래도 힘들다는 육아가 워킹 맘에게는 더 힘들다. 육아도 일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순간이 자주 왔고 심한 죄책감이 몰려오기도 여러 번이다.

아이들에게는 늘 미안했고 해준 것만 기억에 남아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바쁘게 살며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엄마로 그 시간들을 견디고 견뎌내고 있었다.





이전 09화 도구 사용을 가르쳤건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