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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집구석에서 나오자
10화
아이가 아플 때
워킹맘은 미친다.
by
송주
Jan 2. 2024
친정 부모님이 함께 육아를 도와주셨지만
우리 집 대식구는 나도 친정 엄마도, 친정 아빠도, 남편까지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었다.
친정 엄마는 몇 년 전 은퇴 하셨지만 그때 당시 딸인 나를 위해 엄마는
황혼 워킹맘을 자처하신 셈이다.
엄마의 결정은 대단했고 난 그 후로 영원히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을 엄마께 진 셈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다.
다치고 아픈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날 저녁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한다.
아이의 건강을 제일 먼저 걱정해야 하는 나는 사실
다음날
출근 걱정을 먼저 하고 있었다.
열이 나기 시작한 아이의 이마에 열 패치와 물수건을 번갈아 가며 올리고 열을 수시로 체크한다.
지인들도 열나는 아이를 봐주기는 힘들다.
지역에 돌봄 선생님 지원 제도가 있긴 했지만 최소한 일주일 전에 신청해야 선생님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아이가 나 일주일 후에 독감이 걸릴 예정이에요
라고 예고 하고 아픈 것도 아니니 워킹맘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 가는 일조차도 버거워진다.
발을 동동 굴러봤자 답이 없는 상황이 비단 이 한번 뿐었겠는가?
결국 선택은 당연히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수업을 하지 못한 만큼 보강 수업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아야만 했다.
하루 정도면
그래도
양호하다
.
입원 결정이라도 떨어지면 워킹맘은 발동동과 함께 눈물도 뚝뚝 흘리게 된다.
애는 아프지 일은 가야 하지
이 심각한 딜레마는
아이가 아픈데 일 걱정이나
하고 있는 나를 미치도록 원망하게 만들었다.
원망은 나를 넘어서 외부로 방향을 옮겨갔고
결국 그 원망의 화살은 아이의 또 다른 양육자인 남편에게 쏟아져 내리기도
여러번이었다
.
조상님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답이 없는 이 상황을 타계할 만한 적당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에게 미안해 상당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눈물 나는 이 상황에서도 죄책감은 고스란히 엄마인 내 몫이 되었다.
그때쯤 되면 사돈에 팔촌이라도 잡고 도움을 청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리고 식구들이 하루씩 휴가를 내어 입원한 아이를 돌보며 한 고비를 넘긴다.
아이 간호에 열과 성을 다한 결과로 아이가 생생해지면 엄마인 난
으레
시들시들 해 지곤 했다.
거기다 프리랜서인 나는 못한 수업만큼의 보강 수업을 해내느라 다시 피곤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자식 간호 끝에 몸살 나는 엄마
의 그 엄마가 바로 나다.
지역 맘카페에 한 번씩 올라오는
애가 아픈데 봐줄 사람은 없고 출근은 해야 돼요
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 한 번씩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안 그래도 힘들다는 육아가 워킹 맘에게는 더 힘들다. 육아도 일에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순간이 자주 왔고 심한 죄책감이 몰려오기도 여러 번이다.
아이들에게는 늘 미안했고 못 해준 것만 기억에
남아 가슴이 아팠다.
난 그렇게 바쁘게 살며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엄마로 그 시간들을 견디고 견뎌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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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차라리 집구석에서 나오자
08
우울증 걸린 애 엄마
09
도구 사용을 가르쳤건만
10
아이가 아플 때
11
퇴근 후 워킹맘의 재출근
12
육아서 대로 안 되는 육아
차라리 집구석에서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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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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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며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쓰다 보면 길이 생길 것을 믿습니다. 세상 모든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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