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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an 02. 2024

퇴근 후 워킹맘의 재출근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립다

워킹맘은 퇴근 후 다시 출근을 한다.

집으로 출근 한 워킹맘은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가방과 겉옷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본인의 자리인 주방으로 향한다.

소변이 좀 마렵더라도 화장실 가는 건 사치다.

아이의 학원 등원 시간이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원에 가기 전에 저녁을 먹여야 한다.


밥은 압력 밥솥 예약으로 해결하거나 아침에 해 놓은 식은 밥이다.

잽싸게 계란 6개를 풀어 계란말이를 준비한다.

출근 전 끓여 놓은 김치찌개를 데운다.

전날 저녁 만들어 놓은 반찬을 접시에 담아내고 식사 준비가 끝났음을 아이에게 알린다.

아이의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 그릇을 그대로 담가놓고 아이가 남겨놓은 반찬들로 내 저녁을 해결한다.

곧  둘째 아이가 학원에서 마치고 올 시간이다.

다시 밥을 차린다.

이제 그냥 대충 차린다. 둘째의 식사까지 끝나면 모아 놨던 설거지를 하고 주방정리를 시작한다.


그제야 퇴근 후 벗어놓은 겉옷과 가방을 정리한 후 아침에 개다 만 빨래를 개서 각 방 옷장 속에 정리해서 넣는다.

분리수거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간다. 시간은 이미 저녁 9시가 넘어가고 그제야 씻고 소파에 잠시 앉는다.

그리고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애들 간식 거리 할만한 게 있는지 찾아보고 준비한다.


그래도 몇 년 전에 비하면 엉덩이를 소파에 붙일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빨라졌다.


놀이터는 워킹맘인 내게 피하고 싶은 장소였다.

퇴근 후 아이들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놀이터를 가게 되는 날이 많았다.

아이들이 어려 놀이터에 앉아 늘 아이들 노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고 하니 보호자가 있어야 할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퇴근 후 놀이터에서 한 시간가량 앉아있다 들어오면 할 일이 더 많아지곤 했다.

저녁 식사 준비는 당연한 거고 먼지 투성이 아이들도 씻겨야 했다. 아이들 학교에서 올라오는 알림장을 체크하고 준비물이 있다면 챙겨 보내야 했다.

결국 저녁 식사 시간이 자꾸 뒤로 밀리면서 내 취침 시간도 함께 늦어지곤 했다.


그때에 비하면 아이들이 중학생이 된 지금은 아주 편하다. 잠깐 짬을 내서 운동을 다녀올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시간을 돌리고 싶은 건 왜일까?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비현실적인 망상이지만

다시 돌아간다는 상상을 하는 건 그만큼 그 시절에 후회가 남았다는 뜻이 아닐까?

아니면 현재가 너무 힘들 거나 


다시 돌아간다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집에 가자고 재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놀이터에 앉아 있지 않을 것이다.


워킹맘은 아직도 그 시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 보다 몸이 훨씬 편해졌다. 나이를 먹어 피곤이 더 빨리 몰려오는 것만 빼면 그리 나쁘지 않지만 이제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


나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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