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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an 02. 2024

도구 사용을 가르쳤건만

그 도구가 그 도구냐?

아이가 태어난 후 교육 없이 발달의 전 과정에서 배워야 할 과업들을 자동으로 습득할 수는 없을까?

너무나 작은 새 생명의 탄생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는 일이었는데 이 유(有)는 무(無)에서 온 것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이는 기른다는 건 나를 잠시 소멸시키는 극한의 과정이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보내는 신호에 민첩하게 반응한다. 또한 배가 고픈지? 똥을 쌓는지? 까지 구별할 수 있음 만큼 아이에 관련된 오감은 육감까지 가동되어 특출 나게 발달되어 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엄마라는 제3의 종족이 되는 것이다.



난 아이를 낳고 신생아들의 다양한 반사 작용들을 체크해 보았다. 30일 무렵부터는 목 가누기는 잘 되는지. 눈 맞춤은 잘 되는지 등의 발달을 유심히 살피고 관찰하며 안도했다.

잠자리 교육, 배변 교육 등 가르칠 것도 어찌나 많던지..


그중 가장 힘들었던 건 식사 시간이었다.

아이에게 도구(숟가락) 사용을 가르쳤다.

도구는 장난감 삽으로 대체 되어 있었다.

또 어떤 날은 손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입의 기능  중 하나가 먹는 것이라면 우리 아이는 얼굴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었다.

아이가 밥을 먹은 자리는 언제나 초토화되어 있었다. 아이의 얼굴도 초토화되었다. 하얀 밥 풀들이 무슨 추상화 마냥 덕지덕지 붙은 아이를 씻기는 것도 일이었다.

먹이고 치우느라 내 밥은 늘 식어 버렸고 맛이 없어졌다. 그리고 입맛도 같이 없어져 버렸다.

그 당시 내게 밥이란 생존을 위한 도구 일 뿐이었다.

후에도 퇴근 후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요즘도 남긴 반찬을 처리하는 건 아주 익숙한 일 중 하나가 되었다.


도구 사용의 나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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