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썰티마커 SALTYMARKER Sep 12. 2023

교수의 입장이 되고 나서 새롭게 느낀 점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다시 학교에 왔고 아직 방학 물이 덜 빠진 표정이다. 여행을 다녀온 학생도 있고, 졸업 후 진로를 위해 노력을 한 학생도 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낸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을 보면 예전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꿈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넓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던 그 시절 내가 바라보던 교수란 강의실에 들어와서 출석을 부르고(예전에는 출석을 조교가 불렀는데 요즘은 어플로 한다), 강의를 하고, 시험을 치고, 과목이 바뀌어서 다른 교수가 들어오고의 반복인 존재였다. 재미없고 지겨운 과목의 교수도 있었고, 책은 거의 보지 않고 이야기만 하는 교수도 있었는데 강의 내용에 있어서는 교수마다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막상 교수가 되어 보니 학생 때 생각하던 것들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강의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노력이 드는 일이었다. 학생 때는 수업을 듣는 힘듦만 생각을 했는데 교수가 강의를 하는 것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강의실에 들어와서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되지만 교수는 그 강의를 위해서 준비를 해야 하고, 몇 시간 동안 서 있어야 하고, 계속 말을 해야 된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에너지가 생기지만, 교수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에너지가 소진된 느낌이다. 학생들이 볼 때 교수란 당연히 강의를 계속하는 존재로 느껴지겠지만, 교수의 입장이 되면 강의를 연달아 계속하는 것이 그리 당연한 일만은 아니다.   

  

새 학기 첫날 강의실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다들 방학을 마치고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말을 건네면 몇몇 학생들이 반응을 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강단에서 떠들다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하는 내용도 당연히 전공과목이니 재미가 있지 않겠지만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고 해도 졸거나 눈빛이 흐린 학생들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강의해야 할 내용이 많다 보니 첫날이라고 해도 진도를 나가야 하는 것이 교수 입장에서도 별로 좋지 않다는 걸 학생들은 알까.     


그래도 수업 시간에 잘 따라와 주는 학생들이 있어 고맙고, 수업이 끝나고 질문을 하러 나오는 학생들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질문을 하러 나온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 어느 정도는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방학 전에 새로운 강의 내용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했었는데 그 강의는 언제 들을 수 있냐고 묻는 학생이 있어서 반가웠다. 학생들은 그냥 궁금해서 물을 수 있지만 교수 입장에서는 그런 관심 자체가 고맙고 힘을 주는 것 같다.     


학생들이 졸업을 해서 사회로 나가면 아마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할 것이다. 학생 때 알지 못하던 것들을 알아 가고, 학생 때 앉아서 공부를 하고 방학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들이 소중했음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사회인의 명찰을 다는 순간 학생 때 보던 필기시험과는 사뭇 다른 인생의 시험들을 봐야 할 것이고, 지치기도 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수없이 겪을 것이다. 교수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 줘도 자신이 직접 겪기 전에는 잘 모른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언젠가는 학생들도 그런 교수의 입장을 이해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수들의 송별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