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중간 쉬는 시간이 마칠 때쯤, 요즘 20대도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여러분들 혹시 나는 솔로 이런 거 봐요?’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녹음기를 켰다.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게 될지 궁금하기도 했고, 남이 듣는 나의 목소리나 화법을 확인하고 싶었다.
의외로 ‘나는 솔로’를 보는 20대 학생들은 많았고, ‘돌싱글즈’나 ‘결혼지옥’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돌싱글즈나 결혼지옥 같은 프로그램은 20대, 결혼을 하지 않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보는 게 더 이상하다.
어쨌든 학생들은 그 잡담이 재미가 있는지 반응이 좋았고, 수업이 끝나고 나서 녹음한 것을 틀어 보니 나도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그걸 유튜브에 올려 보면 어떨까 하여 편집을 했다.
나는 간이 작은 편이어서 그런 걸 올리는 게 부담스러웠지만(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유튜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보다 간이 큰 거라고..), 마침 수요일 저녁 ‘나는 솔로’ 본방이 끝나고 내가 만든 영상이 생각나서 과감하게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 참조) 대학교 강의실.. 어느 교수의 쉬는 시간 '나는 솔로' 잡담 - YouTube
일상 브이로그 영상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안 봐서 조회수가 몇십이나 몇백 정도인데 강의실 잡담 영상은 처음에 몇십 정도이다가 그다음 날 조금씩 계속 오르더니 천을 넘었다. 조회수가 오르니 댓글도 달렸는데, 나는 욕하는 댓글을 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은 댓글을 달아주어서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중에 한 댓글은 나에게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지인인지 그냥 지나가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댓글이었다.
나는 ‘항상 건강하셔서’라는 말에 눈동자가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사는 데 바쁘고 힘들어서 나의 건강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건강을 유지해서 좋은 강의를 많이 해 달라니.. 나는 그 말을 듣고 나 스스로도 챙기지 못한 감동을 넘치게 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지인이 써 준 댓글이라고 해도 고맙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써 준 댓글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고마웠다.
나는 내가 좋은 강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과연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맞을까 하는 의문도 가지고 있었다. 내 동생과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나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원인이야 많겠지만 나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좋지 않은 걸 알지만 잘 바뀌지 않았는데 그 댓글을 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게 되었고, 나도 좀 더 나를 긍정적으로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강의를 하는 것도 청춘들에게 좋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나는 그냥 하는 말'이라도 남에게는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또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 댓글도 그렇고 나의 보잘것없는 강의가 그럴 수 있다.
사는 데 좀 더 힘을 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