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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Nov 26. 2023

내가 하는 일이 어느 날 무의미해졌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고

내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젊음을 온전히 바치고

길고도 짧은 세월을 일과 함께했다

계절의 마지막

겨울을 향해 가던 어느 날

내가 하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내가 지금까지 무얼 했는지도 모르겠고

무얼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앞으로 10년, 20년을 한들 달라질까

계속 갈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계속 갈 것이면 어떻게 갈 것이며

그만 둘 것이면 어디로 갈 것인가


왜 우리는 항상 잘해야 하는가

왜 항상 인정을 받아야 하고

왜 항상 경쟁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살면서 쓸데없는 일을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일까

기준을 세우고

평가를 하고

잘잘못을 따지고

결국 불필요한 것들에 많은 시간을 쏟고

남은 것이라고는 고작 허망하게 늙어가는 일


한 것은 많지만 내가 뭘 한 지도 모른 채

인생은 끝나가고

뛰고 뛰고 또 뛰었지만 남는 것은 없다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썩어 있다

썩어 버린 알맹이에

아무도 분노하지 않는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껍데기만 쫒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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