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썰티 칼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썰티마커 SALTYMARKER Dec 02. 2023

사람에게는 선이라는 게 있다


-프롤로그-

사람에게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다. 도로에 점선, 실선, 두 줄 실선, 중앙선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그런 선들이 있다.     



점선.    ——    ——    ——    ——

점선과 같은 일들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 충분히 넘어서 들어올 수 있는 선이기 때문에 깜빡이만 잘 켠다면 크게 마찰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끔 깜빡이도 켜지 않고 막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실선.    ————————————

실선은 넘지 마라고 만들어 놓은 선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개념 없이 실선을 넘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교통 법규로 따지면 위반이고 벌금 4만 원이 부과될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그렇게 시비를 따지기는 어렵다. 보통 그런 경우는 그 사람과 거리를 두거나 멀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는 경우는 운전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거나 스트레스를 받듯이 인간관계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의 일들이 일어난다. 실선을 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경우도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급여 문제나 일하는 시간의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     



중앙선.    =================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있어 중앙선을 넘는 일은 퇴사와 연관이 될 수 있다. 중앙선의 구체적인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얼마 쓰지도 않은 휴가에 대해 지적했을 때 중앙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직접 나에게 와서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내막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 두 명이 나를 죄인 취급하면서 전달했다는데 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내가 휴가를 많이 쓴 것도 아니고 그 해 처음으로 고작 0.5일을 썼는데 그런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어떤 직원은 휴가를 안 쓰고도 매주 0.5일 적게 일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https://brunch.co.kr/@saltymarker/108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할 때 중앙선을 넘는다고 무조건 그만두지는 않는다. 12대 중과실에 속하고,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신고를 하면 벌금 10만 원은 나올 수 있지만 그래도 내가 다니는 직장이고, 나의 커리어를 쌓는 일이고, 다른 직장을 갈 수 없다면 스트레스는 심하겠지만 넘어가야 한다. 퇴사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거나 주머니에 있던 사직서를 꺼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매일 같이 차선을 넘는 차들 때문에 화가 나고, 가끔은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들 때문에 위협을 느껴도 돈을 벌려면 회사에 가야 하고, 회사에 다니려면 그만둔다고 해선 안 된다.


하지만 결국 참다 참다 나의 마지막 선을 넘는 일이 생겼을 때는 아주 조금 남아 있던 애정이나 미련도 싹 없어지게 된다. 머리 한쪽에 겨우 붙어 있던 끈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그만두겠다고 말하게 되는데, 그때는 오히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즉 점선, 실선, 중앙선을 계속 침범하고,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직장을 다니다가 결국 마지막 남은 미련까지도 없어지는 일을 당하면 ‘여기 내가 설 자리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아무리 괜찮은 연봉과 지위를 준다고 해도 마지막 선을 넘는 순간 그간 있었던 모든 관계나 조건은 순식간에 정리가 된다. 운전을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고, 내가 회사를 위해 일을 할 그 어떠한 이유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길들여짐-

아무리 중앙선을 넘은들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거나 그만두면 당장 생활이 안 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참고 다니게 된다. 그것이 오래되면 회사에 길들여지게 된다. 선을 넘어도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내가 참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마치 연인에 의해 가스라이팅 당한 사람처럼 회사에 의해 조종당하게 되고, 나중에는 회사의 말은 맞고 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잘 다니는데 그만두려는 나만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회사의 스트레스는 받을 대로 다 받고 그만두지도 못하다가 결국 몸에 암 덩어리를 키우게 되는 일도 종종 있다.      



-에필로그-     

퇴사를 하였지만 그 결말이 좋을지는 미지수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병을 얻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퇴사를 하고 더 안 좋은 데를 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회사를 그만두면 다른 것을 할 기회를 얻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것을 하다가 실패할 리스크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인생은 다시 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에 누구나 회사를 계속 다닐지 그만둘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회사를 계속 다닐 때의 이득과 그만둘 때의 이득을 아무리 꼼꼼하게 비교해 보려고 해도 실제로 해 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르고, 선택하기 전의 과거로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건 치명적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내가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된다고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막막해진다. 퇴사를 해도 좋고 퇴사를 안 해도 좋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그 선택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마냥 긍정적일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내가 더 이상 못 버티겠다면 그만두는 것이 맞지만 회사 밖의 세상은 그야말로 냉혹한 현실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환자가 부추기는 과잉 진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