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풍경과 평생의 추억
기적을 믿으시나요?
과학적으로는 기적이라는 건 없다고 하지만,
평생을 가도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한다.
과거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갔다.
비가 내리기도 하고 구름이 끼기도 하는 등산하기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단체여행인 만큼 한라산 등반을 하게 되었다.
한라산 산허리즈음해서 구름이 안개처럼 드리우며 축축하게 우리를 적셔갔지만, 해발고도가 높으니 시원하게 느껴졌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안개가 심해지고,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자 우리를 한라산 백록담을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산을 올랐다.
정상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니, 역시나 백록담은 구름에 가리어져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인증숏을 위해 정상의 백록담 울타리까지 다가갔을 때 일이다.
어느 순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람이 불어오면서 칼데라호를 가득 메우고 있던 구름이 사라지며, 푸르른 나무와 파아란 백록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구름이 낄까 얼른 폰카를 꺼내서 사진을 찍고는 친구들과 같이 인증숏을 남기고 충분히 구경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한참 자연을 만끽하고 '이제 내려가자!'라고 말하는 순간 어느새 또 불어온 바람이 산봉우리를 자욱한 구름으로 봉인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때의 황홀경이 20년 가까이 지난 세월에도 잊히지 않고 머리에 영화처럼 떠오른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그리고 기적 같은 구름의 움직임. 세월이 흘러도 많은 여운을 남기고 희망을 가지게 해 준다.
나는 잘 될 거야.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세상이 나를 도와주고 있어.
오늘도 힘든 세상 풍파와 자욱한 구름같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절망 속에서 결국 정상에 오르면 걷어져서 아름다운 풍광을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 하루도 살아간다.
기적을 믿으며. 기적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