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때는 두눈 뜨고, 결혼 후엔 한 눈 감고

오만가지 사람마음 20

이혼이 흔한 시대이지만

요즘은 이혼이 흠이 아닌 시대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이혼율 1위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인지 놀라지도 않는다. 괌에 가족이 놀러 갔을 때 여행가이드가 신혼여행 왔다가 이혼한 커플도 있다고 말해 주었을 땐 더이상 실소하지 않았다. 서로의 갈등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때, 타협보다는 갈라서는 쪽을 택하는 게 요즘 세태다. 이런 모습을 나쁘다 좋다 평가하지 말자. 그냥 하나의 흐름처럼 여기자.

이런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이혼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혼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혼밖에 길이 없음에도 이혼을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릴 때 봤던 풍경 가운데 남편에게 그렇게 맞아도 아침이면 남편의 밥상을 차리는 아내 같은 사람들 이야기다. 이해가 안되지만 이들에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혼을 하면 안됐던 사회 규범이나 남편을 의지할 수밖에 없던 여인들의 사정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사회 규범도 없고 남편을 의지하지 않고 혼자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는데도 이혼을 머뭇거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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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를 찾아온 한 여성분도 그러했다. 학력도 남부럽지 않고 직장 생활에서 나름 능력있는 여성으로 인정받고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결혼을 하자마자 많은 부분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넌 능력이 그 정도 밖에 안되냐? 집에서 뭘 배우고 왔냐? 내가 말한 일은 왜 처리하지 않느냐? 청소가 왜 이 모양이냐? 남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지! 등등 질책 이유도 많았다. 아내는 점점 자책하고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심리치료 상담은 이 여성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다음으로 남편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시간을 즐기기, 그 다음으로 남편의 짜증이나 비난의 형태를 관찰해 보기 등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나갔다. 어느 정도는 남편과도 소통이 되는 듯했지만, 여성이 말 실수를 하면 그들의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남편은 결혼 초부터 나왔던 이혼 이야기를 다시 꺼내들었다. 남편은 "당신과는 도저히 안되겠다. 여기까지만 하자"라고 그녀에게 이혼을 권했다. 그녀는 그런 남편에게 반항도 하고 짜증도 내고 달래도 보았지만, 이혼을 하는데는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그녀는 심리상담을 하는 동안 자신이 이혼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여자가 잘하면 남편이 변한다'는 가르침, '이혼은 신앙적으로 옳지 않다'는 신념, '자신이 부족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는 자책이 있었다. 더해서 '남편의 불쌍한 삶에 자신이 없으면 안될 것 같다'는 '구세주 콤플렉스'까지 더해져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이런저런 이유로 지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혼을 위한 준비중엔 이것도

왜 이렇게 됐을까. 결혼할 당시로 돌아가보자. 결혼을 충동적으로 하면 안된다는 건 누구나 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상대를 만나면 충동적이 된다. '결혼을 할 때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를 바라봐야 하고, 결혼해서는 한쪽 눈을 감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 후 보이는 결점은 눈감고 참아가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상은 연애할 때는 한쪽 눈을 감고 연애를 하다가, 결혼 후에 두 눈을 뜨고 상대를 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상대의 결점과 부족함이 자신의 처지를 조여오는 것같다고 느껴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첫째, 자기의 가치관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나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나는 상대의 모자람과 부족함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가를 숙고해봐야 한다.

두 번째, 상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 사항도 내가 내 자신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와 맥을 같이 한다. 좋은 점만 아니라 모자란 점, 과거의 가정환경과 상처, 경제적 능력과 대인관계, 이런 부분까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위해 결혼을 하기까지 최소 1년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세 번째, 의사소통이다. 상대와 대화할 때 어느 부분에서 대화가 안되는지 알아야 한다. 또 대화로 상대의 의견을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봐야 한다. 기본적인 사항이 이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가르쳐 주는 이는 거의 없다.

"남편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지면 그때는?"

필자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 찾아오면 시키는 작업이 하나 있다. 각자 역할을 분해하고 상대방을 보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먼저, 상대를 경제적 역할, 정서적 역할, 지적 역할, 외모, 종교, 가정, 대인관계와 같은 항목으로 나누고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서로 좋아 죽고못사는 커플이라도 모두 만점을 받을 수 없다. 이 항목을 남녀가 서로 대조해주고, 앞으로 일어날 갈등을 일러준다.

"남자가 경제적으로 부족한데 여성분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이런 질문을 하면 여성분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렇지만 현실적 질문이다. 이 질문에 고민하고 답변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결혼 후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쉽게 이혼하거나 상대를 탓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와 연습을 해보는 젊은 커플들은 자리에 일어서서 나갈 때 발걸음이 무거울 것이다.

젊은이들이 결혼도 안하는 이 시점에, 결혼하려는 커플들의 가상한 용기를 왜 꺾으려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렇게 반문하려 한다. "당신 딸이 객관적 시각 없이 눈에 콩깍지 씌여서 결혼했다가 고생하면 좋겠느냐"고. 누구도 나라의 결혼율이 낮기에 결혼 숫자를 늘려주기 위해 자신이 희생하며 결혼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혼한다. 그래서 결혼 전 철저하게 자기반성과 상대의 상태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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