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고통'의 스리쿠션, 어떻게
해결할까

오만가지 사람마음 21

당구에서 쓰리쿠션은 당구대 벽을 세 번 맞추고 자기 공을 맞추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삶에서도 사건이나 일이 단발로 터지는 게 아니라 연달아 터질 때가 있다. 쓰리쿠션처럼. 고통이나 불행은 좀체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쇄작용처럼 이어지는 사건과 사건이 불행과 불행으로 이어지면서 사람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곤 한다.

그 불행의 첫 만남은 가족이다. 행복하고 편안해야 할 가족이 내게 고통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는 서로 싸우거나 나에게 무관심하다. 무관심도 아이에게는 심리적 폭력이 된다. 나는 의지할 곳이 없거나 혼자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부모는 나 몰라라 한다. 가족으로 인한 고통은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가족치료'라는 학문이 생겨날 정도다. 때론 불행한 가족보다 고아가 나을 수 있겠다는 말도 나온다. 고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관점에 따라 그렇기도 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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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으로 인한 고통을 치료하는 '가족치료'라는 학문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행과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기

이런 가정환경에서는 도피처가 필요하다. 아이가 탈선을 하거나 불량학생이 되거나 하는 게 모두 도피처를 향한 발버둥이다. ‘가출팸’이라는 말도 가출한 청소년들이 가족을 만들어 생활하는 형태를 말한다. 탈선의 한 모습으로 보기도 하는데, 실상은 그들이 불행한 가족을 피해 스스로 가족의 형태를 형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종교로 도피하는 경우도 있다. 종교로 하는 도피는 탈선보다 당사자에겐 쉽고 건전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종교가 두 번째 불행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해결할 능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맹목적 신앙, 종말론적 신앙에 빠지기 쉽다. 즉 세상이 빨리 망할 것이라는 믿음이 쉽게 형성된다. 가족의 갈등을 피해 종교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극단적 믿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으로 도피하는 경우도 있다. 연속된 불행의 마지막은 인간관계의 어긋남에서 오게 된다. 불행을 겪은 사람은 사람을 통해 그 불행을 끝내고자 한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한편, 그 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에게는 과도하게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자신의 감정과 괴로움을 이해해주는 사람, 또는 자신과 같이 고통을 겪은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 그렇게 해서 결혼을 하면 또 다른 불행이 시작된다.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은 고통을 잘 모른다. 그런데 불행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요구한다. 그래서 행복한 삶을 산 사람과 불행한 삶을 산 사람이 짝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 사람은 불행의 아픔을 모르고 한 사람은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망가진 심성, 남편과 갈등만

상담실을 찾은 '김 선생'은 좋은 대학에서 수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했다고 했다. 집에서도 뒷바라지를 해줘 가면서 공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동생보다 공부를 잘한 탓에 여성이지만 대학원까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외도와 무능력을 탓했다. 그리고 오빠는 공부도 그리 잘하지 못하고 성격도 순종적이지 않아서 부모님의 속을 썩여드렸다. 사고를 치는 것도 모자라 밖으로만 돌았다.

대신 그녀는 엄마와 함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자랐다. 자신만이 엄마를 지킬 수 있다는 일념으로 공부와 신앙을 통해 기쁨을 드렸다. 오빠나 아빠의 문제도 언제부턴가 자신이 열심히 기도하면 잘 해결되리라고 믿었다. 해외로 나가는 선교훈련을 받을 정도로 신앙생활에 헌신적이었지만 인간관계는 교회와 선교단체 사람뿐이었다. 학교 졸업 후 들어간 직장이 힘들어도 자신만 고생하면 가족이 행복하리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할 시기가 지나 버렸다. 그러던 중, 오래전 교회에서 알고 지내던 오빠가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따라다니자, 그녀도 '이 오빠라면 자신의 힘든 삶을 구원해 주리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혼 후 고통의 수렁에 빠졌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줄 알았던 남편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잔소리가 늘자 처음에는 남편이 짜증을 냈다. 그녀는 더욱 열심히 신앙에 매달렸다. 남편은 가정을 돌보지 않고 교회 활동만 하는 그녀를 타박했다. 그러다 점점 집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른 채 점차 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고통은 사람에게 객관적 사고를 못하게 만든다. 고통에서 허우적거릴수록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져들게 된다. 자기에게 일어난 문제에 대해 객관적 시각과 안정된 정서를 가지지 못하면, 감정대로 말하게 되고 느끼는 대로 행동하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감정표현 순서 매기고, 얻는 이익 생각하기

이런 상태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 간단한 훈련은 '순서 매기기'다.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지금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생각하고, 순서를 정해 보라는 것이다. 쉬울 듯 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작업이다. 충동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순서와 상관없이 행동하는 것을 스스로 억제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서 매기기가 된다면 경제적 용어인 ROI(Return On Investmen)를 심리적 문제에 적용해 보도록 시킨다. ROI란 '투자자본 수익률'이다. 쉽게 말해 투자 대비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냐는 말이다. 내가 감정, 사고, 행동을 통해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느냐의 훈련이다. 이 훈련을 하다 보면 피상담자는 객관적 시각이 형성되고 감정적 사고에서 이성적 사고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나의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비칠까,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상대로부터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남편이 다소 잘해주고 대화를 할 기회가 주어지면, 이제까지 쌓아온 욕구와 감정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로 감정과 말을 표현해야 남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을지 예측해 보라고 훈련시킨다. 이 과정을 숙련하지 못하면 신세한탄만 하거나, 남편을 원망하거나, 하나님 탓만 하게 된다. 고통의 도미노를 멈추기 위해서는 자신이 말하고 표현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혼자 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담도 받고, 코칭도 받고, 치료도 받아야 한다. 고통의 도미노를 멈출 사람은 오직 나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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