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남편이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며 끄적이다
하나님보다 마느님?
이 무슨 불경스런 말이냐고
펄쩍 뛸 벗들도 있겠지만
바람 잘 날 없이 하루 하루
아이 둘과 덩치만 큰아이 하나 키우려면
아내가 마느님이 될 수 밖에
고민이 생긴 첫째도
위로가 필요한 둘째도
덩치만 크고 목소리만 큰 아빠를 제쳐두고
마느님께 쪼르르 달려간다
서운한 아빠는 툴툴거리며
심술을 부리고 덜 자란 티를 내지만
자랑할 일 생기면 아빠 역시
마느님께 우당탕탕 달려간다
어여쁜 시절 떠나보내고
작고 반짝거리는 선물하나 받지 못한 마느님께
늘 미안하나, 울 집 하나님은
'미안해'라는 말을 싫어하신다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 말씀,
어렵다고 하지만
스무해 가까이 함께 산 남편 놈은
마느님 말씀 헤아리지 못하는 바보
바보랑 살게 해 미안하고
너무도 아름답게 빛나는 아내에겐
작고 빤짝거리는 것 따윈 필요없다 우기는
뻔뻔함이 미안하오
사랑하는 마음담아 시 한편 끄적이는
못난 남편 용서치 말구려
2018. 10. 27. 질문술사
아내의 생일선물을 다시 묻다가 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