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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r 28. 2016

다르게 보기 위해선 다르게 물어야 한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질문 (1) 견문(見問)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_ 나태주 [풀꽃]


자세히 본다고 해서 예쁜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 본다고 해서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예쁜 것을 보려하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려할 때 예쁘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겨먹은거야?'라는 질문을 가지고서는 아무리 자세히 보고, 오래 본다고 해서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저 사람은 나와 다르게 뭐가 아름다울까? 저 사람의 매력은 무엇일까?'라고 물어야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러분, 사과를 몇 번이나 봤어요? 백번? 천 번? 백만 번? 여러분은 사과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_ 김용택



페덱스(FedEx) 로고에 숨겨진 콘셉트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_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생각의 탄생]


세계적인 배송업체인 페덱스사의 로고를 본 적 있는가? 무엇이 보이는가? 당연히 보이는 두가지 색상의 다섯 글자 'FedEx' 외에 숨겨진 것이 있다.

페덱스 사의 로고에 숨겨진 비밀
'이 로고 안에 담긴 페덱스(FedEx)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면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자세히 보라. 페덱스의 로고에는 이 기업의 중요한 콘셉트가 남겨 있다. '이 로고 안에 담긴 페덱스(FedEx)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품고 바라보기 시작하면, 처음 글자만 보던 사람들 중 둘에 하나는 'E'라는 글자와 'x'라는 알파벳 사이에 숨겨져 있는 화살표를 발견한다. 페덱스라는 기업의 본질인 신속한 배송을 숨겨진 화살표로 심어두었다. 한번 보이기 시작한 화살표는 이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보인다.




Q1.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가?


'사물의 숲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한다. 일상은 이미 아는 것, 늘 보는 것, 소소한 것이라는 익숙함의 장막에 싸여 좀처럼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다.'
_ 임정섭 [씽킹 Thinking - 왜 나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이미 익숙한 패턴에 갖혀 놓치고 있던 것들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것은 다른 질문이다. 질문은 '보는 것을 제약'하기도 하며,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게도 한다. 질문에 따라 우리는 무엇을 볼지 선택한다. 뇌의 처리 시스템이 다르게 가동된다. 질문에 따라 다르게 주의를 집중하며, 결국 같은 일상 속에서 다른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질문을 하게 되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세심하게 살필 수 있게 된다.


아래 그림은 디트머스 대학교의 경영학교 교수인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과 컨설턴트 스리니바스(Srikanth Srinivas)가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블로그에 올려 논쟁이 된 그림이다. 별 다를 것 없는 이 그림에 이런 질문이 달리자 논쟁이 시작되었다.


4×4 squares
이 그림에서 얼마나 많은 정사각형을 찾을 수 있을까요?
(how many squares you could find?)


가장 쉽게 떠올리는 답은 16개이다. 그러나 질문을 멈추지 않고 주의깊게 관찰한 이들에 의해 한 칸짜리 사각형 16개 뿐만아니라, '두 칸 X 두 칸' 짜리 사각형 아홉개와, '세 칸 X 세 칸'으로 된 정사각형 네 개, '네 칸 X 네칸'으로된 커다란 정사각형까지 총 30개의 정사각형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16 (1×1 squares) + 9 (2×2 squares) + 4 (3×3 squares) + 1 (4×4 square) = 30 squares.


심지어 가장자리가 검은 색인 30개와 가장자리가 하얀색인 30개를 포함해 60개의 정사각형을 발견한 사람과 그 이상의 정사각형을 발견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고빈다라잔과 스리니바스는 이렇게 말한다.

"정사각형들은 계속 그 자리에 있지만 찾으려 하기 전까지는 보이진 않는다.(Innovative solutions are always there for the problems we face, but you won’t find them unless you look for them.)"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우리는 페덱스사의 로고에서 화살표를 발견하지 못하고, 익숙한 사각형에서 다른 무엇인가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훌륭한 질문자들에 의해 우리는 익숙한 현실과 상황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질문'을 선물받는다.

모두가 놓친 것을 보는 사람들은 무엇을 묻고 있는가?




Q2.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A와 B는 무엇이 같은가?'를 물을 때 우리는 두 요소간의 공통적인 특질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A와 B는 무엇이 다른가?'를 물을 때 다름과 차이를 분별하는 기준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보아야 할 것, 세심하게 관찰할 것은 무엇인가?'. 보고 싶은 것을 물어야 한다. 봐야 할 것을 물어야 한다.


'관찰은 여러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는 과정이며 또한 강력한 질문을 통해 더 자극을 받는 경우도 많다.'
_ 크리스텐슨 외 [이노베이터DNA]


얼마전 나는 내가 하는 일(Facilitation)의 역량과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이 진행하는 연수에 참가했다. 보다 효과적인 회의를 촉진하는 방법을 안내하기 위해, 먼저 교수님께서 시범을 보이시며 관찰할 기회를 주고, 이후에 학습자들이 최근 한달 동안 참가한 회의를 떠올려 볼 것을 요청하셨다. 그리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셨다.

Q. 평소의 회의 진행자와 '다르게 한 행동'과 '하지 않은 행동'은 무엇인가?
Q. 그 행동으로 인해 회의 참가자들에게 어떤 효과가 발생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으로 참가했던 학습자는 지난 회의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고, 효과적인 회의와 비효과적인 회의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정해진 시간안에 모든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회의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이, 교수님이 제시한 질문을 가지고 토론하는 와중에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질문이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회의진행자의 사소한 행동들의 의미가, 질문을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교수님께서는 '진행자가 먼저 주도하지 않고, 참가자들에게 질문하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하셨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질문이 달라지면 관찰하게 되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이였다.


"집중이 곧 현실이다" _ 요다 [스타워즈]


남다른 관찰을 통해 수많은 혁신을 이끌어낸 회사 중 IDEO는 독보적이다. 이 회사의 회장인 톰 켈리는 혁신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청을 한다.


'읽을꺼리를 들고 헤드폰을 낀 채 소매점이나 관련 회의장에 나가보라. 혹은 당신의 고객이 내부인이라면 그들이 자주 모여드는 장소에 가라.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헤아려보라. "그들은 당신의 제품, 서비스에 어떤 반응을 보이며 대하고 있는가? 그들의 관심이나 흥미 수준을 보여주는 보디랭귀지를 보고 당신은 무엇을 포착할 수 있는가?"'
_ 톰 켈리, 데이비드 켈리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수많은 혁신가들은 다르게 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더 깊게 들여다 볼 것은 혁신가들이 남들과 다르게 관찰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가'이다. 관찰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라.


Q. 어떤 것이 놀라운 점인가?
Q. 예상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고정관념 때문에 보아야 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다르게 질문해야 한다. 이 질문들에 답하기 시작하면서 관찰 이후 진정한 학습과 혁신이 시작될 것이다.

멈출 수 없는 산만의 시대, 그대는 어떻게 핵심에 집중하고 있는가? _ 대니얼 골만 [Focus] 표지 질문




Q3.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온 세상이 태어나는 것처럼 일출을 보고, 온 세상이 무너지듯 일몰을 보라!
_ 앙드레 지드


인간이 가진 상상력으로 인해, 우리는 보는 관점을 변형시킬 수 있다. 당신이 일주일가량 정성을 다해 작성한 보고서가 있다고 하자.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고, 완벽하게만 보인다. 그런데 직장 상사가 이렇게 묻는다.

'네가 만약 이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승인할 사장이라면, 이 보고서에서 무엇이 부족하다고 볼까?'

사장의 눈으로 보고서를 다시 보게 되면, 놓친 부분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네가 만약 신입직원이라면 이 보고서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기 힘들까?'

질문이 달라지면 눈높이를 변화시켜, 더욱 쉽게 읽히는 보고서로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


'네가 만약 고객이라면, 이 보고서를 보고 우리 제품/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바쁜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신뢰를 얻기 위해 놓친 부분이나, 변화시켜야 할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묻는다. 당신은 누구의 관점으로 현재를 바라보아야 하는가?




見問 : 다르게 보기 위해선 다르게 물어야 한다.


心不在焉,視而不見,聽而不聞,食而不知其味
마음에 있지않으면 보아도 않고, 들어도 들리지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
 _ 대학大學


다양한 경험이 견문(見聞 ;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넓혀주지 않는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는 '보는 질문(見問)'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見問 : 다르게 보기 위해선 다르게 물어야 한다.


지금 무엇을 묻고 있는가? 그 질문이 당신이 보는 것을 다르게 하고 있다.




깊이 들여다본 순간들이 모여 찬란한 삶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_ 박웅현 [여덟단어]


2016. 3. 28. 질문술사


PS1. '차이를 만들어내는 질문' 시리즈를 시작하며

질문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합니다. 다르게 물어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질문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진실된 마음을 듣게 됩니다. 다르게 물어야 상대는 다르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결단과 행동을 이끌어내게 합니다. 다르게 물어야 다르게 행할 수 있게 됩니다. 질문을 통해 우리는 돌이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듣고, 다르게 행하고, 다르게 성찰하기 위한 질문들을 하나씩 기록할 예정입니다.


PS2. '見聞 : 관찰과 질문' 에 관한 참고자료 링크

[1] 임정섭 [씽킹 Thinking - 왜 나는 아이디어가 없을까?]
[2]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외 [이노베이터DNA]
[3] Vijay Govindarajan and Srikanth Srinivas, [harvard business review _To Innovate, Find What’s Hiding in Plain Sight]
[4] 톰 켈리, 데이비드 켈리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5] 박웅현 [여덟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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