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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r 21. 2016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통하는 질문을 디자인하기 (2)

1. 더 좋은 만남을 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

꽃은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의 근원은 뿌리에서 왔다. 이것을 잊으면 안 되는데, 사람들은 거름을 주어 뿌리의 힘을 돋을 생각은 않고, 꽃만 피우겠다고 난리다' _ 정민


  뿌리는 숨어 있기에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잘 모른다. 그리고 대게 드러난 것은 숨어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바탕에 힘쓰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답의 뿌리는 질문이다. 질문이라는 뿌리가 자랄 수 있게하는 토양은 '만남'이다.


  만남이야말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힘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을 만나야 온전해지며,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을 만나야 성공할 수 있다. 아픈 사람은 치료하는 사람과의 만남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고, 작가는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을 통해 비로소 그 존재의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도 답은 모호하다. 대신 '나는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혹은 맺어갈 것인가?'를 물어라. 인간 존재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만남에 앞서서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할까? 이 만남에서 '통하는 관계'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더 좋은 만남을 위해 우리는 준비할 것들이 있다. 통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 받을 것이 있다는 것이다. 만남의 순간 무엇을 말할지, 무엇을 물을지, 무엇을 들을지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서로 통하는 감정을 교류하고, 이후 함께 더 의미있는 관계로 성숙되게 나아갈 수 있으리라.  통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준비를 할 수 있다. 첫째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말할 준비이고, 둘째는 듣기 위한 물음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2.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더 잘 묻기 위해 먼저 답해 볼 9가지 질문들)


"돌이킬 수 없어 보이던 혼돈도 누군가 잘 들어주면 마치 맑은 시냇물 흐르듯 풀리곤 한다" _ 칼 로저스


  잘 들으려면 잘 물어야 한다. 적절하지 못한 질문에도 훌륭한 답을 주는 이들도 있지만, 나쁜 질문에 좋은 답변이 나오기는 실로 어렵다. '숙제는 하고 놀러 나가니?'라고 묻는 엄마에게 '지금 만나러 나가는 친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이 만남을 기다려 왔는지'에 관한 두근거리는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만나자 마자 자기 회사의 상품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 세일즈맨에게, 자신의 고충과 진짜 원하는 것을 풀어놓는 고객은 거의 없다. 통하고 싶다면 들을 준비를 해야 하고, 더 잘 듣고 싶다면 더 좋은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적극적으로 경청하기 위해 어떤 물음들이 당신에게 있는가?



1) 묻기 위한 첫번째 준비 : 묻는 의도를 분명하게 하기


  루이스 캐롤의 고전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재치있는 문답이 나온다. 주인공 앨리스는 길을 헤매다 서로 반대쪽으로 뻗어 있는 두 갈래 길이 놓여진 한 교차로에 이른다. 앨리스는 고양이 체셔에게 묻는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고양이 체셔는 이렇게 답한다.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달렸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른다면, 어느 길을 선택하든 상관이 없어.”


상대방에게 질문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먼저 솔직하게 묻자.


Q1. 나는 누구를 위해 묻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먼저 당신의 질문에 응답해 줄 그 사람에게 먼저 집중해보자. 그 사람이 처해있는 상황은 무엇인가?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그 사람이 진실로 갈망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당신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가? 당신 자신의 호기심을 위해 혹은 이익을 위해 묻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에게 진실로 도움을 주기 위해 묻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라.


Q2. 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단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묻는 것인가? '그렇다', 또는 '아니다'를 묻는 질문은 명확하게 입장과 사실을 확인하기에 적당할 수 있으나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기엔 지나치게 닫혀 있다. 그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고 이해하고 싶은가? 아니면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얻기 위해 묻는 것인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에 촛점을 맞추자.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 뒤에는 '내 자신의 삶을 보다 의미있게 살아가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에 대한 더 깊고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담겨있다. 모호한 답변에 만족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당신의 질문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더 촛점잡힌 질문이라야 보다 명확하고 도움이 되는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솔직해지자. 변죽만 울리지말고 정말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Q3. 내가 얻고 싶은 결실은 무엇인가?


  씨를 뿌리는 농부는 그 씨앗이 자라 결실을 맺길 원한다. 일년동안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지지 않는다면, 아쉽고 실망스러울 것이다. 대화가 끝나고 나서 당신이 기대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대화를 하기 전과 대화를 나눈 이후에 무엇이 달라지길 원하는가? 얻고자 하는 결실이 보다 명확해지면, 당신이 묻고자 하는 질문이 그 결과를 얻기에 효과적인 질문이 될 수 있을지 점검할 수 있게 된다.


'묻고자 하는 의도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리되었는가?'




2) 묻기 위한 두 번째 준비 :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기


배반하거나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_ 제임스 알렌 [원인과 결과의 법칙 _ As a Man Thinketh]


 당신이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묻는다고 하더라도, '그 질문에 답할 것인가, 답하지 않을 것인가'는 그의 선택이다. 당신이 묻고자 하는 '핵심질문'을 먼저 종이위에 적어두고,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Q4. 상대방은 내 질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질문이 모호하면, 혹은 상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상대방은 질문하는 사람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혹을 갖고, 상대방의 의도에 대해 모호한 추측을 하기 마련이다. '숙제는 했니?'라는 질문이 단지 자녀가 해야 할 일을 끝마쳤는지 궁금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라도, 자녀는 그 질문에 '엄마가 나를 안 믿는구나'라거나 친구들과 놀지 못하게 하려나 보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Q5. 상대방은 내 질문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대게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깊이 숙고해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대응한다.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답을 자동적으로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만약 늘 얻어온 답변과 다른 답을 듣길 원한다면 상대의 습관적인 반응을 넘어설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더 깊은 사고를 요구하거나 '그 생각 말고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등 기존의 생각에 갇힌 답이 아닌 다양한 답을 집요하게 요청해야 한다.


Q6. 상대가 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신의 질문에 상대가 적극적으로 응답할 긍정적인 의도를 가졌다 할지라도,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필요한 것들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경험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네 강점이 뭐니?'라는 질문에 상대방이 온전하게 응답하려면 무엇인가 실제로 잘 해 본 경험을 먼저 회상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무엇인가 잘 수행했던 과거를 추억해 볼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답을 요구한다면 상대방은 당황스러운 느낌만을 표현할 것이다. '그동안 학교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을 떠올려볼까요?'라는 선행 질문이 필요하다.


질문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았는가?




3) 묻기 위한 세 번째 준비 : 질문의 적절한 흐름을 미리 구상하기


좋은 대화에는 흐름이 있다. 질문은 이 흐름을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대화의 초점이 잡히도록 대화의 주제에 집중하도록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해당주제를 폭넓게 사고하고 대화 나눌 수 있도록 확장하는 질문을 그 다음으로 전개하며, 마지막으로 대화의 결과가 명확해질 수 있도록 대답들을 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선택하게 하는 등 수렴하는 질문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Q7. 언제 어디에서 묻는 것이 좋은가?

  아무리 좋은 질문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 물어야 한다. 묻고 답할 적절한 시간과 적합한 장소는 어디일까? 일요일에 가족과 쉬고 있는 직원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가장 창의적인 생각이 싹틀 수 있는 공간에서, 적절한 시간을 잡아서 초대해야 한다. 속된 말로 다 때가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나 내게 익숙한 공간에서는 익숙한 답만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바쁘고 지치는 순간에는 어떤 질문이라도 힘을 잃게 된다. 새로운 공간은 우리를 익숙함에서 벗어나게 한다. 높은 천정을 가진 실내공간이나 탁 트인 산 정상에서 나누는 대화는 답답한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대화와는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낸다.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만날 것인지를 고민해보자. 당신과 그가 함께 대화나누기에 적절한 시간, 적합한 장소는 어디인가?


Q8. 꼭 필요한 질문은 무엇인가?

  이제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필요한 질문들을 모두 기록해보자.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처럼, 대화하고 싶은 질문들을 먼저 모두 기록해보자. 브레인스토밍의 원칙에 양질전환의 법칙이 있다. 양적으로 많은 생각을 해야, 그 중에서 질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좋은 만남을 갖기 위해 최소한 10가지가 넘는 질문들을 미리 정리해보자. 정말 묻고 싶은 것, 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실에 도움이 될 질문들을 모두 기록해보자.

더 좋은 질문을 선택하기 위한 ERRC 프레임


그리고 그 질문들 중 불필요한 질문들을 버리고 꼭 필요한 질문들을 세 가지 이하로 선택해보자. 어떤 질문을 버리고 어떤 질문을 남겨둘 것인가? 꼭 필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당신이 진정으로 듣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열망을 실현시켜 줄 단 하나의 질문만 선택한다면, 그 질문은 무엇인가?


Q9. 어떤 순서로 질문하면 좋을까?

  같은 질문이라도 질문의 순서와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을 얻게된다.

  학생들의 배움을 촉진하고 싶은 교사라면 이런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해 볼 수 있다. '어제 배운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직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무엇이죠? 앞으로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제 배운 것과 앞으로 배운 것들을 연결시켜 볼 수 있게 된다. 질문의 순서가 달라지면 답하는 흐름이 막히게 된다.

  혁신을 이끌어 내는 사람들은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왜(Why)'에서 출발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에 하는 '만약 ~한다면(What If)'과 같은 질문을 해 보고, 그리고 나서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모색하는 '어떻게(How)'라는 질문을 행하는 것이 좋다.  

  의사결정을 돕는 대화의 경우 상대방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에 생각의 초점을 집중할 수 있도록 촛점(Focus)질문으로 시작하고, 그 의사결정의 의미를 탐색해본 후(Meaning), 기존의 생각외에 더 많은 대안들을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확장질문을 해보도록 돕고(Option), 여러 대안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Choice) 질문의 흐름을 정리하면 좋다.

원하는 결실을 맺기 위해 질문의 흐름은 자연스러운가?




정리해보자. 잘 듣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단 자기 내면에서 올라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한다. 자기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자는 타인의 목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다. 그리고 진실로 듣고 싶다면,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질문을 다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더 좋은 질문의 자연스런 흐름을 미리 구상해보자.


### 더 잘 묻기 위해 먼저 답해볼 9가지 질문 ###

 1) 묻기 위한 첫번째 준비 : 묻는 의도를 분명하게 하기
Q1. 나는 누구를 위해 묻고 있는가?
Q2. 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Q3. 내가 얻고 싶은 결실은 무엇인가?  

2) 묻기 위한 두 번째 준비 :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기
Q4. 상대방은 내 질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Q5. 상대방은 내 질문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Q6. 상대가 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3) 묻기 위한 세 번째 준비 : 질문의 적절한 흐름을 미리 구상하기
Q7. 언제 어디에서 묻는 것이 좋을까?
Q8. 꼭 필요한 질문은 무엇인가?
Q9. 어떤 순서로 질문하면 좋을까?


'해답을 발명해 낼수는 없다. 그저 옳은 질문으로 해답을 드러내는 수밖에'_ John Krum Bolz [Fail Fast, Fail Often]


마지막으로 묻자.


나는 진실로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16. 3. 21. 질문술사


PS.

리차드 헤미안, 준 래피스, 레이첼 스몰은 그들의 저서 [소통수업]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기 위한 질문으로 6가지 질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더 잘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말하기 위해서 먼저 점검할 효과적인 질문들을 안내했습니다. 이 질문들도 함께 살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Q-Point [소통수업]
# Questions for Positive Thingking and Speaking

Q1. 나는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가?

Q2. 내가 놓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가?

Q3. 내가 하는 말의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

Q4. 상대방은 내 말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Q5. 내가 이 말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Q6. 언제 말하는 것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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