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밀고 올라오는 슬픔을 기록해두며
기쁨의 시간
어여삐 빛나던 기쁨이
너무 빠르게 떠나가버린 후
남겨진 슬픔 속 초라한 난
늘상 그림자 아래 머무른다네
아무리 시간이 부족하다 해도 나는 또
기쁨을 그리워하며 쓰고 또
깊은 슬픔을 토닥이며 또 쓰고
여전히 시시한 시를 끄적인다 다시 또
몇 년 전 끄적여 둔 슬픔을
다시 묻다 시집에 담아 보관해 두었다
이것은 기쁜 일이고
지난겨울 출간된 시집에
벗의 손길 여전히 머물기는 하는지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올라옴은
슬프고 서럽고 안쓰러운 일이다
긴 시간 흐르고 흘러도
기다리다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시간도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라
다시 또 노래할 수 있겠지
2020. 11. 7. 새벽
질문술사 시인박씨
기쁨의 시간과 시인의 슬픔을 다시 묻다
요즘에 다른 시인들의 훌륭한 글을 천천히 필사하고 낭독하면서, 내가 쓰는 시도 조금은 음미하며 쓸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 블루한 세상이 선물해준 소소한 기쁨이다.
— 시인박씨가 읽어주는 시 —
사람의 일생이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개가 무엇을 했느니
어떻게 했느니
왈가왈부한다.
시는 더 보잘것없는 것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음미하고,
비난한다.
친구여, 그저 마음을 비우고 살면서
계속 시를 쓰게나!
_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사람의 일생>
오늘도 시를 쓰라는 괴테의 조언을 따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