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단풍들이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계절입니다.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기 쉬운 때입니다. 다만 주책맞게도 조만간 떨어질 나뭇잎을 생각하다 보니, 허허로운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네요. 연말이 다가오니 자연스럽게 올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연초에 세워 둔 목표와 결심을 꺼내서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밀려들곤 합니다.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_ 이해인 「11월에」中에서..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처럼 나의 모습이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위에 올려둔 나태주 시인의 시구처럼 돌아가기에 너무 많이 와버렸고, 남은 두 달을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새롭게 살아보고 싶었던 2021년도 11월과 12월 - 단 두 달이 남았습니다. 여러분은 남은 두 달을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미처 마무리짓지 못한 일들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더욱 바쁘게 살아가려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다가올 새해를 먼저 준비하려는 부지런한 분들도 있겠네요. 저는 한 해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가져볼까 합니다.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시절입니다. 거리두기가 만남을 제약하고 있어, 한 해가 가기 전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뵙긴 여전히 어렵겠네요. 매년 연말이 되면 모여서 한 해를 성찰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왔지만 작년처럼 올해도 공개 모임은 열지 못할 듯합니다. 다만 올해가 가기 전에 성찰 질문 노트(Design2022)를 만들어 나눌까 합니다.
낯이 더 짧아졌는데, 더욱 사랑하고자 하는 그대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담아 기록해둡니다.
2021. 11. 1
삼봄詩이야기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로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_ 나태주 「11월」
: 삼봄詩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197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