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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r 06. 2022

사랑 이후의 사랑

데렉 월컷의 詩와 닉 크레이그의 <목적 중심의 리더십> 에필로그

그때가 올 것이다.
너의 집 문 앞에
너의 거울 속에 도착한 너 자신을
기쁨으로 맞이할 때가.
미소 지으며 서로를 맞이하게 될 때가.

그에게 말하라, 이곳에 앉으라고.
그리고 먹을 것을 차려 주라.
한때 너 자신이던 그 낯선 이를 너는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포도주를 주고,
빵을 주라.
너의 가슴을 그에게 돌려주라.
일생 동안 너를 사랑한 그 낯선 이에게
다른 누군가를 찾느라
네가 외면했던 너 자신에게.
온 마음으로 너를 아는 그에게.

책꽂이에 있는 사랑의 편지들을 치우라.
사진과 절망적인 글들도.
거울에 보이는 너의 이미지를 벗겨 내라.
앉으라,
그리고 너의 삶을 살라.

_ 데렉 월컷 < 사랑 이후의 사랑 >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그림자(Shadow)까지도 사랑해주고 있나요?


  융 심리학에서 그림자(Shadow)란 ‘나의 어두운 면, 즉 무의식적 측면에 있는 나의 분신’이라고 합니다. 만일 그림자를 완전히 외면한다면, 삶은 적당할지 모르나 아주 불안전한 것이 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빛을 추구하는 여러분들 뒤에 남겨진 여러분의 어둔 그림자를 잠시 다시 바라보고, 삶 속으로 초대해주고, 곁을 내어주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제겐 시에 머무는 이 시간이, 저의 그림자와 대화하는 순간이 되곤 합니다. 시를 느리게 읽고 느리게 쓰고 옮기다 보면 저의 못남과 부족함에 머물게 되고, 그래서 더 온전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아 좋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그림자를 어떻게 만나고 있나요? 여러분의 그림자에게도 따뜻한 사랑 보내주는, 그래서 그림자에게도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시간을 내어주시길 기원해봅니다.



여러분의 목적에 기꺼이 삶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지요?


  지난 토요일 리더십 패스파인더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 5회차 ‘리더십과 비전’ 수업을 돌아보며, 윤정구 교수님의 <황금수도꼭지>를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조직의 모든 가치를 ‘목적’에 정렬시켜라’는 목적경영(Management by Purpose)의 원리를 설명하는 챕터의 시작에 이런 글이 있어 필사해보았습니다.


  ‘모두가 열망하는 성공이란,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가서는 만날 수가 없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목적 스토리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시간을 앞서 달려가 기다린 사람들만이 성공을 만난다. 이들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진정한 이유는 존재이유와 목적에 대한 믿음을 복원해 두꺼운 알껍질을 깨고 나와 불확실성의 망망대해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목적경영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목적경영이란, 사명으로 혁신을 일궈내고, 그 혁신의  성과로 변화를 완성하는 초월적 체험이다. 목적경영으로 성취한 변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체험과 떨림을 제공하고, 목적에 대한 믿음을 공진화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기업은 목적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녹여내 팔 수 있는 목적기업으로 다시 태어난다.   목적기업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최고의 초월적 체험을 한 것이고 시간의 검증을 통과한 ‘100년 기업’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목적경영은 100년 기업의 변화혁신의 비밀코드다.’

_ 윤정구 <황금수도꼭지> p101


  올해 들어 제 자신의 목적선언서를 수차례 수정하고, 함께 하는 리더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유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선언하고 수정하고 고쳐 쓰고 있는 제 목적을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잘 구현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면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리더십은 ‘목적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실현되어 결실을 맺도록 목적 경영 팀을 구축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가는 여정’이라고 오늘의 성찰 노트에 기록을 남겨둡니다. 아직도 가야 할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겠지요. 이 길을 함께 걷는 분들에게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 덧붙여 남겨두고 싶습니다.


  데렉 월컷의 詩 <사랑 이후의 사랑>이 닉 크레이그의 <목적 중심 리더십> 에필로그에 담겨 있어서, 다시 필사하고 낭송해 삼봄詩정원 팟빵 방송으로 보냅니다. 새벽에 혼자 감동해서 떠들다 보니 25분 분량이 되어버렸습니다. 천천히 산책하시며 시간 되실 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29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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