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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Apr 06. 2022

박성우 시인의 바닥과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삶을 이야기하다가 옮겨 둡니다.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_ 박성우 <바닥>



‘ 바닥은 감사의 존재다.

  정상이 존재하는 까닭은 바로 바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등산을 갔을 때 당신은 정상에서부터 등산하는가?아니다. 누구나 산의 밑바닥에서부터 걸어 올라와 정상에 도달한다. 바닥이 없으면 정상은 존재할 수 없다. 바닥이 있기 때문에 정상이 존재한다. 바닥의 가치가 정상의 가치보다 더 크다.

 그런데 왜 당신은 바닥의 가치를 폄하하고 무시하며 정상 지향적인 삶만을 추구하는가? 정상은 바닥이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존재한다’

_ 정호승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중에서…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느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_ 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 삼봄시정원 팟빵에서 낭송본으로 듣기 :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8522/episodes/24318956

아침에 일어나 바닥에 대하여 묵상을 하고 있다.

리더들의 상승과 도약을 돕는 코칭을 하는 일이 나의 주업이다. 기꺼이 댓가를 치르며 정상(TOP)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탁월한 사람은 드물지만, 바닥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허나 바닥을 가치있게 여기는 조직이라야, 앞으로의 성장과 도약이 기대되더라. 밑바닥을 보았다….. 관용적 표현이 부정적으로 사용되곤 하지만….. 사실 바닥엔 온갖 귀한 것들이 쌓여 있다. 이미 귀한  가졌는데, 정상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달려가면서 바닥을 외면하고 천시하는 풍조가 씁쓸할 뿐이다. 때가 되어 위쪽으로 떨어질  즈음이 되면 모두들 다시 내려오겠지.

아무튼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한 글과 시가 나는 좋더라.​


 누구나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같은 순간,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서기 힘든 순간을 마주하는  같습니다. 서둘러 일어나기 보다는, 바닥에서 만나는 그림자도 바라보고, 우리가 걸을  있게 지탱해주는 고마움도 전하고, 바닥에 씨앗 하나 심어두고나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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