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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Jul 16. 2016

선을 그어야 다른 관점이 보인다

질문의 연금술 (5) 관점디자인 -3부- 1. 선


잘 못 나누면 죽는다..?


  인터넷에 떠도는 '못 말리는 초등학생의 답안'에 나누기와 관련된 질문이 나온다. "곤충을 세 부분으로 나누면?(혹은 개미를 셋으로 나누라는 경우도 있다)". 시험지엔 답안을 기록하는 세 개의 괄호가 제시되어 있다.  (   ), (    ), (    ). 어떻게 나눠볼 수 있을까? 선생님이 기대했던 '머리, 가슴, 배'라는 정답이 아니라, '죽,는,다'라고 적은 학생들이 있었다고 한다. 창의적이면서 엉뚱하다. 사실 개미를 셋으로 나누는 정답이 따로 있겠는가? 잘 못 나누면 죽을 수도 있고, 잘 나누면 새로운 관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선을 그어 / 하나를 나누면 무엇이 되는가?  


창의는 다르게 보는 것이다.
창의성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_ 박웅현 [여덟단어]


  어떤 상황을 다르게 보려면, 선을 먼저 그어 보아야 한다. 선은 경계를 나누는 도구다. 하나의 면 위에 선을 그으면 두 개의 면이 생겨난다. 선 하나가 그어지면 하나가 둘로 나뉜다. 나누다보면 생각할 재료가 풍성해진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했던 쥐들의 회의를 다시 떠올려보자. 생쥐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양이로부터 살아남기'라는 프로젝트 주제에 선 하나를 긋는다면, 어떻게 나눠볼 수 있을까? (고양이/쥐)로 나눌 수도 있고, (생존/죽음)으로 나눌 수도 있으며, (위기/대처)로도 나눠 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선을 긋고 나눈 후 하나씩 따로 따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1) 선은 다름을 드러낸다

: 나의 입장과 상대의 입장 사이에 선 하나 긋기 


   일단 선을 긋고 나라고 인식하는 '쥐'의 입장과 '고양이'의 입장을 나눠보자. 쥐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있을까? 쥐의 입장에서 보이는 것들을 생각나는데로 끄적여보자. 어느 정도 정리되면 선을 넘어 고양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고양이는 쥐를 바라보며 본것, 느낀 것, 생각한 것, 행동한 것들을 기록해보자.

 입장이 달라지면,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쥐를 찾는 질문을 하고, 생쥐들의 입장에서는 고양이를 피하기 위한 질문을 하기 마련이다. 만약 선을 다르게 긋고, 다른 관점에서 물을 수 있다면 질문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자기중심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자기중심 프레임이야 말로 가장 깨기 어렵다.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쉽지도 않다. 선 하나를 그어 나와 다른 상대의 관점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선을 그어 상대에게 면을 제공해 주는 것은 다른 관점을 존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름을 존중해야 새로운 관점을 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나와 너를 나누어 보어야 다름이 들어나 서로 존중할 수 있고, 나와 너를 연결해 보아야 우리가 될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에 선을 그어,  나와 상대의 입장에서 나누어 문제를 바라보기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5세~7세 무렵이 되면 자기 중심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이걸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Elavell, 1981)이 있다. 한쪽은 녹색, 다른 쪽은 붉은 색으로 칠해진 공을 아이에게 가져다 보여주고는, 녹색 부분을 아이 쪽으로 향하게 하고 "무슨 색깔을 보고 있니?"라고 묻는다. 아이들은 "녹색"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무슨 색깔을 보고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5세 미만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녹색이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은 질문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지 못하고, 자신의 역할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성인이라고 모든 상황에서 자기중심성을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워드 가드너의 말을 인용하자면 "인간 발달의 전체 과정은 자아중심주의의 지속적인 쇠퇴로 간주될 수 있다." 자아중심주의를 벗어나려면, 일단 자신과 타인의 경계에 선을 긋는 것에서 출발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선을 넘어가 상대의 관점에서 느끼고, 생각해보자. 공감, 즉 타인의 관점을 취해보는 능력(perspective-taking skills )은 다르게 질문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조건이다.


공감지도(Empathy Map) : 상대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해 준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서 보고, 상대방이 듣는 것에 귀 기울여보고, 상대방이 하는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은 무엇일지 고민해보면,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피하고 싶어하는 고충과 장애물까지도 인식할 수 있다. 상대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때, 내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Value Proposition Canvas  : 기업의 관점과 고객의 관점을 나누어 보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시야의 한계를 세상의 한계라고 잘 못 생각한다. _ 쇼펜하우어




2) 한번 더 선 긋기

: 선을 그을 때마다 다른 관점들이 드러난다


  뭉뚱그려 보았던 것을 선을 그어 나누어 보면 다른 관점이 드러난다. 선을 상황을 나누어 보게 하고, 각 입장의 다름을 드러내게 하는 효과적인 도구다. 문제의 본질이나 해법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선 하나 긋든 것에서 시작해보자. 하나를 그어 잘 보이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선을 그어 새로운 관점을 드러낼 수 있다.


선을 그을 때 마다, 새로운 관점이 드러난다


  악마는 구체적인 것 속에 있다
devil is in the details.


PMI로 생각해보라


 너무 뭉뚱그려 생각하면, 추상적인 생각에 머물게 된다.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생각하기 쉽다. 문제의 본질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나누어야 한다. 수평적 사고라는 개념을 창시했던 창의적 사고법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에드워드 드 보노는 둘 보다는 셋으로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선을 긋고 다른 관점이 인식하기 전까지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의견을 지지하거나, 기존의 견해를 강화하는데 생각을 집중하기 쉽다.


출처 : [생각의 공식 : 창의성을 학습하는 11가지 생각의 도구] by 에드워드 드 보노


  보노는 어떤 의견이 생기면 그 의견을 셋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PMI기법을 제안한다. 대상의 장점(Plus), 단점(Minus), 흥미로운 점(Interesting)을 따로 정리해 생각해보는 훈련이다. 찬성-반대 리스트만 적는 것에 비해 흥미로운 점(Interesting)을 하나 더 생각하는 것으로 생각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에 대해 선을 세개로 그어두고 PMI 사고법을 적용해본다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으로 나눠보자. 그리고 더불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운 이유까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PMI기법으로 다시 생각해 보기 :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다면?

   방울을 달면, 고양이가 다가오기 전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고양이가 자기 방울 소리를 듣느라, 쥐들의 소리를 놓칠 가능성도 높아진다. 먼저 상대를 인식할 수 있다면 좀 더 빠르게 대처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면을 생각해 보면, 역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쉬울리 없다는 것이다. 방울을 달려고 시도하기 전에 잡아먹히는 쥐가 생길 것이다. 방울 소리 때문에 쥐들의 기척을 놓친다는 것도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수 있다. 쥐가 소리가 아닌 시각과 후각을 통해 쥐들을 발견한다고 하면 방울의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무엇보다 방울이 어디있는가? 쥐들이 방울을 가지고 있을리 없지 않는가.


  하지만 흥미라는 관점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자. 이런 논의를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고양이가 다가오기 전에 쥐들이 이 사실을 알아차리를 수 있다면 생존확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른 대응이 생존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한 쥐들의 움직임을 고양이에게 노출 시키지 않을 수 있다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고양이가 쥐들을 쉽게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해물을 만드는 것도 차후에 중요한 전략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세번째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새로운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고양이가 다가오기 전에 우리(쥐)가 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고양이가 우리를 발견하기 어렵게 방해할 수 있을까?
고양이의 위치와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하고 공유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관점이 달라져야 다른 질문을 할 수 있다. 찬성/반대라는 이분법의 관점에서 벗어나 제 3의 관점을 찾아보자. 세번째 관점을 발견하려면, 기존의 관점들에 선 하나를 더 그어볼 필요가 있다. 선을 잘 그으면, 생각할 재료가 풍성해진다.


어떤 관점에서 새로운 질문이 탄생할 수 있을까?


  생쥐도 나눌 수 있을까? 사건이나 사물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도 나눌 수 있다. 과거의 생쥐, 현재의 생쥐, 미래의 생쥐처럼 시간이라는 관점으로 나눠보라. 과거의 생쥐는 두려워하고, 현재의 생쥐는 고뇌하며, 미래의 생쥐는 죽는다.이제 고양이를 나눠본다면? 집주인에게 사랑받는 고양이와 생쥐들에게 공포를 선물하는 고양이, 그리고 야생의 삶을 그리워하는 고양이로 나누어 본다면 어떨까? 집주인의 사랑을 빼앗아버리고, 생쥐에게 공포를 느끼는 고양이가 되게 하고, 집을 떠나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뭘 해야 할까? 나누어 보는 것이 관점 훈련의 첫 번째 과제다. 선을 그어보는 독자와 선을 긋지 않는 독자는 각각 어떤 질문을 품게될까?


사물은 늘 쪼갤 수 있다. 어떤 것도 하나로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 안에 수많은 사실과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_ 임정섭 [씽킹]




3) 다르게 선 긋기

 : 기존의 선과 다르게 나눠야 새로운 관점이 드러난다.


하늘도 선 하나 그으면 나눌 수 있다.


  사고의 전문가들은 다르게 보기 위해 선을 그으며,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는 수 많은 '프레임워크'들을 만들어 내었다. 프레임워크의 힘은 빈 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나누는 선에 있다. 다른 사람이 제시하는 선에 따라 나누다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기존과 다르게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있다.

 

프레임워크를 배우기 시작하면 당장 그것을 사용해보고 싶어진다. 그것 자체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프레임워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그런 작업 자체에 성취감을 느끼고, 정보를 정리한 것만으로 깊이 생각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통찰력 사고에 도움이 되어야 할 프레임워크가 오히려 생각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_ 히라이 다카시 [1등의 통찰]


  사람에 맞추어 침대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맞추어 사람의 다리를 잘랐다'프로크루스테스의 일화를 떠올려보자. 프로크루스테스(Προκρούστης)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는데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고 한다. 사람을 기준으로 선을 그어야지 침대를 기준으로 선을 그으면 사람이 죽는다. 잘 못 그어진 선을 따라 어느 한 입장을 취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주어진 선에 만족하지 말고 새롭게 선을 긋는 연습을 해 보자.


  당신이 기업가라면 고객을 나누어 보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나누는 기준에 따라 다른 비즈니스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문제와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 다르게 나눠본다면?
문제를 다르게 나눠볼 것인가? 해법을 다르게 나눠볼 것인가?


  당신이 교사라면 수업을 나누어보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당신이 부모라면 자녀의 행복을 나누어보라.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당신 자신의 삶을 어떻게 나누어볼 수 있을까?


  먼저 종이 한장을 준비하고 과감하게 선을 그어보자. 나누어 보고, 각각의 관점에 서서 다름을 드러내 보자. 경계를 나누어야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


 



[ How to Ask  : 선을 긋기 전에 할 질문 vs 선을 긋고 나서 할 질문 ]


1. 선을 그어 나누기 전에 묻기 - 나누기 위해 질문하기

1) 선을 긋고 묻기 : A를 둘로 나눈다면?

2) 한번 더 묻기 : 그리고 또 뭐가 있지?

3) 기준을 바꿔보기 : 다르게 나눠본다면?


2. 선을 긋고 나눈 후에 다시 묻기 - 나누어 질문하기 

1) 다름을 드러내기 : A와 B는 무엇이 다른가?

2) 입장에 따라 묻기 : A 입장에서 핵심질문은 무엇인가, B입장에서 핵심질문은 무엇인가?

3) 소거해 보고 묻기 : A가 아니라면/없다면, B는 어떻게 될까?



2016. 7. 16. 질문술사

[덧붙이는 글]

1. 질문디자인연구소라는 이름을 걸어두고, 질문을 공부하고 활용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다른 사람들의 질문능력을 향상시키기에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함께 훈련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질문하는 힘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다르게 질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몇 가지 안내해 보려고 합니다.

 

다음 글은 관계를 보게하는 '끈'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2.  이 글은 '다르게 질문하기'위한 '관점디자인' 3부 -  관점디자인의 4가지 도구와 방법론을 안내한 글입니다.  '선/끈/틈/줄'이라는 네가지 관점디자인 도구 중 첫번째 도구인 ''을 안내했습니다. [질문의연금술] 다른 글들도 함께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항상 부족한 글을 읽고 응원해 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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