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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Dec 09. 2023

사랑이란 무엇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삼봄詩作 131209 |||  사랑에 눈을 뜨다




Q1.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삼봄문답 _ 예전에 담아둔 류시화 시인의 질문을 옮겨 적어두었다.
  만나기 전과 만난 후에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사람

  인간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는 사람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존재하는지 몰랐던 색을
  보게 하는 사람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이
  틀릴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하는 사람

  매일 아침 당연하다는 듯이
  자기 일을 시작하는 사람

  내가 틀렸을 때
  나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

  행선지 미정인 여행을
  함께 가 주는 사람

  꽃의 이름을 알아야
  꽃을 아는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사람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시절이 있는 사람,
  그래서 스스로를 이해한 사람

  양극과 모순이 공존하는 행성에서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

  전사처럼 삶과 정면 승부한 패기가
  눈빛에 어려 있는 사람

  인생에 한번은
  혼자서 긴 여행을 한 사람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걸 알고
  무엇에게든 시간을 주는 사람

  세상에 맞지 않는 나와
  유일하게 맞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내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

  가장 큰 목소리가 아니라
  가장 진실한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

  잘못을 고칠 줄 알며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다른 실수를 했다고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 사람

  어디에서든, 설령 지옥에서도(!)
  웃을 이유를 발견하는 사람

  지옥은 출구 없는 마음 안에
  갇혀 있는 것임을 자각한 사람

  자신의 과거와
  화해할 수 있는 사람

  자신을 현재 상황의 피해자가 아니라
  창조자로 보는 사람

  이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래도 좋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되면 더 좋으니까.

_ 류시화 시인의 페이스북에서 옮겨옴
류시화 시인이 신간을 내셨다고 해서 예약 주문해 두었다.




Q2. 나는 왜 사랑을 묻고
또 묻는가?


||| 성 프란체스코는 우리가 사랑 안에 머물러야 한다고, 매일매일 간절히 사랑하자고 요청했다.

#삼봄책장 #리차드로어 #오직사랑으로
“만일 우리의 유일한 목표가 사랑하는 것이라면 실패 같은 것은 없다.”

_ 리처드 로어 <오직 사랑으로> p237


  여전히 사랑이 무엇이고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지에 관한 질문은 답하기 어렵지만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질문이다.




Q3. 내 안에 사랑이 있는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본질을 묻는 이러한 질문에 여전히 답하기 어렵다. ‘내 안에 사랑이 있는가?’ 어린 시절부터 종종 내 자신에게 던졌던 의문이다. 사랑을 많이 받기는 했는데, 사랑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래서 늘 서툴렀다.  사랑이 아닌 것을 말하기는 쉬워도,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쉬이 답하기 어렵다.


  무엇 what 질문은 언제나 본질을 답해보라 요구한다. 본질을 담아내야 참된 것이고, 본질이 담겨있지 않다면, 그것은 참되지 못한 것이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이 본질을 묻는 무엇 what 질문을 자주 한다.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본질은 과연 내 삶 속에 생생히 살아 있는가? 내 안에서 사랑을 찾을 수 없다면 과연 누구를 만나야 사랑을 재발견할 수 있을까?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나
때로는 나도 내가
예쁘지 않은데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
때로는 나도 내가
좋지 않은데

그만큼 예쁘면 됐지
그만큼 좋으면 됐지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조금 예뻐도 많이
예쁘다 여겨주면
많이 예뻐지고

조금 좋아도 많이
좋다고 생각하면
많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겠나.

_ 나태주 <사랑은 그런 것>



  나태주 시인은 사랑은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예뻐하고, 좋아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쉽게 풀어준다. 그리고 그 예뻐하고 좋아하는 마음에 있어서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들이대지 말고, ‘조금’만 있는 것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삶의 스승님들과 시인들께서 가르쳐 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제는 사랑에 관해 내 스스로 답해본다. 철학적으로 실존적으로 답하지 못하니 시시한 시의 형식을 빌려서 끄적여둔다.




사랑에 눈을 뜨다


  예쁘다고 하면

  내가 뭐가 예쁘냐고

  삐죽이던 친구가 있습니다.


  예쁘다 하면

  너도 예쁘다고

  예쁘게 받아주던 친구도 있습니다.


  사랑에 눈이 먼 저에겐

  둘 다 무척 예쁘답니다.


  당신을 보지 못할 땐

  무척 아프기도 하답니다.


  그래요 사랑은 예쁜 것이고

  때로는 아프기도 한 것입니다.


  적어도 맨날 바쁘다 말하며

  당신의 예쁨을 보아주지 못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겠지요.


_ 삼봄詩作 <사랑에 눈을 뜨다>

사랑을 모르는 삼봄에게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일깨워주고 있는 모든 벗들에게 고마운 마음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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