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기준점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의 대화 주제가 변화 되어감을 느낀다. 20대에는 주로 연애, 그리고 취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30대가 되어서는 주로 결혼에 관한 것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나누게 된다.
대부분 학교라는 주어진 틀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20대와 달리,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한 30대가 되어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에 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게 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스스로 수립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주체적인 과정에 익숙하지 않다. 문제집을 풀 때마다 우리에게는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는 답안지가 있었다. 답을 찾는 것에 익숙한 환경에서 나만의 주체성을 갖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이 느껴진다.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든, 사업을 하는 사람이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든, 내가 느낀 공통점이 있다면 앞으로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퇴사 후 갭이어를 갖고 있는 나 역시 앞으로에 대한 고민들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가 고민에 빠지는 이유는 아마도 기회비용 때문일 것이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포기한 선택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의 총량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고민되는 선택지들의 무게를 측정해 주는 저울이 있으면 좋겠다. 사람의 생각을 전자화해서 체스를 두는 기술까지 나왔다던데 '생각 저울'도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
어쨌든 생각 저울이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나만의 기준점이 필요하다. 수많은 변수들을 통제하려면 적어도 하나의 기준점은 찍어두고 시작해야 한다.
퇴사를 고민하며 늘 마음에 찍어두었던 기준점이 있었다. 바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 내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들의 결과물이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랬다. 그리고 최대한 다양한 형태로 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이 기준점을 두고 요즘 나의 관심사들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카페라는 공간에서 바쁜 현대인들이 소소한 여유를 누리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기 때문이며,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다양한 취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2. SNS계정에 기록을 하는 이유는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공유하여 누군가에게 좋은 자극과 영감, 그리고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영상 편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느낀 시선을 통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태와 방법은 모두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일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회사를 다니며 늘 '이 일을 왜 하는지' 일의 목적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지금은 회사를 나와 그 결핍들을 나만의 취향과 방향성으로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다.
인생은 참 어렵다. 모두가 살아가는 오늘이, 그리고 매 순간이 처음이기에 서툴고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가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각자의 배를 타고 유영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흔들리고 기울어지더라도 삶의 기준점을 하나하나 찍어가며 노를 젓다보면,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이 삶에 펼쳐지지 않을까.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채워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