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행동
'우울이’란 감정은 내 오랜 친구이다. 나는 내 '우울이'와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된 지금까지 계속 함께였다. 우울이는 나를 공격하는 주변의 모난 것들에 상처 받는 내가 불쌍해 만들어 둔 애처로운 마음이다. 우울하고 죽고 싶어도, 그 마음만큼 참고 견디면 결국 미래의 나에게 '멋진 성장을 한 나'를 선물해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난 이 우울이가 정말 지긋지긋하다가도 가끔은 '우울이'가 싫지만은 않았다. 우울이는 그동안의 떠돌았던 감정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모아 깊고 뚜렷하게 색을 만들고 그동안의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을 선명하고 자세하게 그려주었다. 우울이는 내 경험과 생각의 파편들이 모여 내 의지로 만들어지는 내 일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우울’은 내 ‘우울이’가 맞나 싶게 헛갈리고 갑작스레 찾아왔다. 이 우울은 나를 지배한 뒤 내 판단과 생각을 방해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온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나를 깔고 앉아 뭉개며 숨을 못 쉴 만큼 고통을 주었다. 이 고통을 영원히 이렇게 받을 바엔 그냥 죽는 게 편하겠다 싶을 만큼.
난 한참동안 이 우울이 내 ‘우울인’ 줄 알았다. 내 우울이 와 너무나 비슷해서 그냥 내 우울이가 나도 모르는 새 훌쩍 커버린 줄 알고 어르고 달래고 아껴주며 보살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하고 들여다봐도 이 우울은 없어지지 않고 더 더 커져 나를 괴롭혔다.
이 우울은 나한테 온 것일 뿐, 내 것이 아니다. '내 우울이'가 아니니 더 이상 애정을 갖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나는 힘을 모아 이 우울의 무게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일어나 두 손으로 열심히 밀고 쳐내서 내 구역에서 멀리멀리 떨어뜨렸다. 그렇게 지금 그 우울은 내 구역에서 몰아내고, '내 우울이'는 아직도 내 안에 자리 잡고 살아 있다. 커지고 싶어 하면 잘 어르고 달래며 작은 우울이를 보듬어주고 있다.
우울에도 성질이 다른 여러 우울이 있다. 내 경험과 여러 감정에서 떨어져 나와 내가 만든 우울과, 몸과 기력이 약해진 틈을 타 내 몸에 들어와 쉽게 감정과 붙어 몸뚱이를 불리고 나를 먹어치우는, 이유 없는 그냥 우울. 이런 우울은 이해할 근본도 없는 놈이니 어르고 달래며 동정할 필요가 없다.
이 우울을 몰아내기 위해 난 힘을 키워야 했다. 우선 건강해지고 싶었다.
그러려면 제일 우선으로 일어나야 했다. 내 의지로 전보다 일찍, 침대에 붙어 버린 날 일으켜 세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