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행동
앞 서 썼던 방법은 당장 일어날 때 썼던 방법이라면, 이번에 시도하는 일어나기는 '배고픔'을 이용했다. 배가 고파 아침에 일어나는 지극히 원초적인 동기를 만들어 준다. 아침에 배고파서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날 저녁부터 몸에 리듬을 바꿔야 했다.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이라고 해봐야 주로 1시, 2시에 이것저것 한꺼번에 때려 넣는 폭식이 일상이었던 터라, 그렇게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배 터지게 먹고 잠깐 낮잠을 자고 나면 저녁 6시에는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저녁시간에는 조금 먹거나 안 먹었기 일쑤였고 모두가 잠든 늦은 밤이 돼서야 배가 미친 듯 고파왔다. 주방에 소리 나지 않게 몰래 들어가 저녁에 먹었던 잔반을 뒤지고 먹을 게 없으면 짜증이 났다. 고추장에 밥만 비벼도 맛있었고 도저히 못 참으면 조용히 현관을 열고 나가 편의점에서 먹을걸 사서 뭐에 홀린 사람처럼 먹어치웠다. 이성으로는 '지금 먹으면 진짜 살 많이 찔 텐데... 소화시키고 자려면 또 늦게 자야 되는데...' 계속 생각이 들어도 입에 들어오는 음식이 주는 쾌락은 마약처럼 굉장했다. 먹어치운 잔해를 보고 나면 그제야 나에 대한 경멸과 자책이 쏟아졌고 그걸 느낌과 동시에 포만감으로 오는 잠도 함께 쏟아졌다.
이런 날이 계속되자 죄책감은 사라지고 점점 이 새벽에 혼자 하는 광란의 간식타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새벽 5시나 돼서 잠이 들어 낮에 겨우겨우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먹고 2,3시간 안에 자니 얼굴과 눈은 띵띵 부었고 몸은 돌덩어리를 올려놓은 것처럼 무겁고, 속은 더부룩하며 쓰라려 왔다.
이 새벽의 광란의 폭식을 멈춰야 했다. 야식을 많이 먹어서 몸도 망가지고 새벽 늦게 잘 바에는 그냥 저녁을 든든하게 먹어볼까? 하고 생각을 바꿔봤다.
예전에는 야식으로 살이 찌면 다이어트를 한다고 그 날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라고 적어두고 먹는 양을 확 줄이고 저녁은 아예 먹지 않았다. 처음 일주일은 잘 지켰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점점 의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자려고 누워도 배가 고프고, 고프다 못해 속이 쓰려왔다. 잠이 오지 않고 결국엔 3,4시에 뛰쳐나와 폭식을 했다. 살은 다시 찌고 다이어트는 항상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야식 습관만이라도 고쳐보고 싶어서 저녁에 맛있는 걸 먹었다. 가족들과 식탁에 같이 앉아 고기반찬에 기름진 음식을 먹고 배가 든든히 찰 때 일어나 딴짓을 하거나 물을 마셨다. 폭식을 하고 나면 느끼는 속의 부대낌이 없는 저녁식사는 정신을 오히려 평온하게 해 줬다. 저녁을 든든히 먹으니 9시 10시가 지나도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조금 지나니 다시 습관처럼 음식을 찾았는데, 이럴 땐 집에 있는 요거트나 과일이나 토마토, 오이를 먹었다. 아예 안 먹으면 또 새벽에 폭식이 올까 무서워 간단한 뭐라도 채워 넣어서 뱃속 거지를 진정시켜보았다.
그리고 누워 내일 점심으로 먹을 메뉴를 계획하며 잠을 잤다. 사실 오늘이나 내일이나 백수에 집순이인 나는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또 자고 나면 내일이 되는 게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고 무서웠는데 오늘 밤을 참으면 내일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내일'이 기다려졌다.
'오늘 충동적으로 과자를 사 왔지만 먹지 않았어. 대단해! 이 과자는 내일 일어나서 점심 먹고 간식으로 먹어야지!' 별거 아닌 오늘의 간식 참기 성공과 내일 간식 계획에 조금은 행복해졌다. 그렇게 조금씩 야식을 견디니 아침에 저절로 배가 고파 알람 소리에 눈이 좀 더 수월하게 떠졌다. 누워서 더 자고 싶어도 자꾸만 배가 고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일어나자. 일어나면 어제 참았던 과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음에 또 이런 순간이 오면 다시 꺼내보기 위한 정리 목록이기도 해요.
보시는 분들께 이렇게 해야 돼! 라며 강요하는 정답이 아닙니다.
주제에서 더 잘 아시는 분이나 다른 방법을 갖고 계셨던 분들은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