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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Sep 23. 2019

움칫 둠칫 우울을 잊게 하는 댄스 매직.

2장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행동



 가게를 정리한 직 후 한참은 노래를 듣지 않았다. 어떤 노래도 다 시끄러웠고 특히나 한국말 노래는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힘든 나를 방해하는 소음처럼 느껴졌다. 아무 소리도 없는 방 안에서 한참을 있다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고 조금씩 바깥으로 나가게 되면서 혼자 천 원짜리 한 장 들고 코인 노래방에 가는 날이 늘었는데, 나도 모르게 슬픈 발라드만 부르고 울고 짜기 일쑤였다.  


 당연히 지금 내 기분이 우울하니 그런 노래가 마음속을 대변해주듯 술술 잘 불러졌겠지만 혼자 코노에서 훌쩍이다 나와서 본 세상 밖 사람들은 밝고 신나고 즐거워 보였다. 혼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음이 울적해서 처음 부르는 노래는 감성적인 발라드를 불렀는데, 그 이후 줄줄이 불렀던 노래들은 그 노래를 부르는 동안 멜로디와 가사에 심취해 굳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내 마음을 더 우울하게 만든 건 아닐까? 내가 잠잠해야 할 마음을 괜히 노래로 들쑤셔 더 심란하게 만든 건 아닐까?


 나는 운동을 해야 했다.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살이 10킬로 이상 쪘다. 운동이 꼭 필요했다. 운동을 해야 살도 빠지고 기분도 좋아질 거 같은데 운동할 마음이 도통 먹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가서 운동을 하면 다들 뚱뚱하고 못생긴 나를 피하고 비웃을 것 같았다. 피트니스센터에 가면 모르는 사람에게 1년간 나도 정확히 몰랐던 몸무게를 공개해야 하고 거울 속 마른 사람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쭈뼛거리며 큰 몸을 어색하게 움직이고 있을 자신감 없고 초라하게 변한 나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걸 해봤다. 그냥 몸을 움직이는 운동 영상은 쉽게 질릴 것 같아 유튜브에서 줌바댄스를 검색해 방문을 닫고 가족들 몰래 조용히 줌바댄스 영상을 보며 몸을 움직여 봤다. 처음에는 간단한 동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공간에서 조금만 움직이는데도 숨이 차고 몸 근육이 당겼다. 영상 속 사람들이 신나는 노래에 맞춰 웃으며 통통 뛰어다녔고, 웃고 소리를 힘차게 지르는 영상을 보며 몸을 움직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10분 영상을 몇 번이나 멈춰가며 물을 마시고 다시 춤을 추고 나니 성취감과 개운함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내가 영상 마지막까지 끝까지 춤 동작을 따라 하다니! 게다가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동작을 쫒아가느라 머릿속에 가득했던 근심, 걱정, 우울이 잠깐 동안 뇌 속에서 멈추고 있었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흥이 나서 추는 게 아니고 춤추고, 부르니까 흥이 났다.
몸을 힘들게 하는 동안 몸으로 에너지가 다 갔는지 잡다한 생각이 없어졌다.



1. 방 안에서 마음대로 추는 댄스타임


 밤에 천장 불을 끄고 컴퓨터 모니터 불만 켜 두거나 스탠드 불만 켜 둔 상태에서 유튜브에서 클럽 노래나 신나는 노래 검색해서 틀어놓고 방 안에서 춤을 췄다. 유리나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춤을 추고 있는지 보면서 모양도 다시 잡아보고 스퀘트나 스트레칭도 같이 하면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시간도 금방금방 잘 갔다.



유튜브에서 '줌바댄스 기초'라고 치면 영상들이 많이 나오는데 신나고 화려한 줌바 영상은 처음 따라 하는 나에게는 좀 어렵고 동작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 줌바 강사분이 운영하는 '줌바 코리아'와 외국 여성분이 운영하는 'michelle vo fitness' 채널이 동작을 간결하고 꾸밈없이 춰서 따라 추기 좋았다. 특히 '줌바 코리아' 채널은 나중에 등록한 문화센터 줌바댄스 수업에 비슷한 동작들이 많아서 기초 동작 예습, 복습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2. 문화센터의 올빼미 댄스 수업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평일 시간 여유가 있어 주변 대형마트의 문화센터를 이용하게 됐는데  집에서 춤을 추며 자신감이 생긴 뒤로 꾸준히 등록한 수업은 '벨리댄스'와 '줌바댄스'다. 모르는 사람들과 금방 어울리고,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게 불편한 성격이라 노래가 신나고 춤이 어렵지 않으면서 여러 사람이 같이하거나 두 명씩 짝을 지어야 하는 일이 거의 없는 줌바댄스와 벨리댄스가 내 성향에 찰떡이었다. 1시간 동안 춤추며 기분전환도 하고 땀 흘리며 운동도 하니 없는 형편에서도 문화센터에 내는 돈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시간 듣는 올빼미 수업은 10~30% 할인이 있어서 다른 강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저녁 댄스 수업이 더 부담이 적었다. ( 대략 일주일에 한 번씩 3달에 7만 원 전후 가격. 각 문화센터마다 올빼미 수업이 없는 곳도 있고, 할인 적용되는 조건과 할인율이 다를 수 있다.)



3. 노래방 마지막 노래는 신나게 장식하기.

-추천곡: 세븐틴 '아주 나이스', 모모 랜드 '뿜뿜'

-신나 보여서 불렀다 괜히 울컥하는 노래: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 YB '나는 나비',  강산애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이런 노래는 그 뒤로 피했다.






뭘 해도 기분이 처진다면 가끔은 몸을 먼저 움직여보기.





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음에 또 이런 순간이 오면 다시 꺼내보기 위한 정리 목록이기도 해요.

보시는 분들께 이렇게 해야 돼! 라며 강요하는 정답이 아닙니다.

주제에서 더 잘 아시는 분이나 다른 방법을 갖고 계셨던 분들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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