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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간일목 Apr 24. 2018

14. 하얀 단풍

A.14


white maple








삶과 생활의 퍼즐을 맞추어가는 과정


유난히 삼각형의 대지 형상을 지닌 땅이 사무실엔 의뢰가 많다. 

반듯한 땅에 정직한 모양으로 단단하게 디자인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늘 대지의 형상은 사람의 모습처럼 저마다 다른 형상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초등학교를 앞에 두고 모퉁이의 작은 삼각형 모양의 땅에 부부가 살아갈 집을 짓는 일이 주어졌다. 

처음 상담을 하고 나서 계약과 함께 살아갈 집에 대한 생각을 나눌 때 의뢰인은 필요한 공간과 함께 쪽지에 집의 모습을 손으로 그려오셨다. 

설계도를 그림으로 그려 보며 공간과 기능을 생각하는 일은 중요한다. 

그러나 건축은 그림을 실체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이러면 될 것 같다가도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과정에 건축가와 의뢰인의 열린 생각과 따뜻한 대화와 윤활유가 되어 집은 차차 하나의 삶과 

생활의 퍼즐을 맞추어가는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삶에 대한 질문과, 대지의 이야기를 듣다.


작은 땅에 삼각형 모양이라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되 마당을 따로 둘 수 없어 

어떻게 하면 집속에 빛과 작은 뜰을 둘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하였다. 

때로는 채워진 공간보다 비워진, 비워둔 공간이 훨씬 유용할 때가 많다. 

삼각형의 모서리 부분에 1층에서 3층을 이어주는 계단실이 들어서고, 

계단을 통해  모든 공간들이 2 개층씩 인식이 되며 전체를 이어주는 역할을 만들었다. 

그리고 3층에는 아주 작은 중정을 배치하여,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작은 숨구멍 같은 역할의 장소를 두었다. 바깥에서 보면 단순하고 하얀 덩어리의 건물이지만 내부를 들어서면 부부의 생활에 맞추면서도 삶의 휴식과 안식의 장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단풍나무 한 그루를 심으려 합니다.


외부공간을 주차공간을 제외하고는 딱히 마당으로 쓸 만한 데가 없다. 

두 도로가 만나는 모퉁이 부분과 삼각형 대지의 끝부분에 작게 화단을 만든 것이 전부다. 

하나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화단이고, 하나는 단풍나무 한그루를 심기 위한 공간이다. 

겨울에 완공되어 봄이 오면 꼭 이곳에 단풍나무를 한 그루 심으려 한다고 말했다. 

가을에 계단참에 있는 좁고 긴 창 너머로 빨간 단풍을 보며, 작은 책상에서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멋진 생각이었다. 삶은 때로 그다지 복잡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작은 소망을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나갈 뿐인데 모두들 그렇게 어려워하며 산다. 

하얀 건물과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의 풍경을 상상해보면, 남현동 골목의 작은 집을 

나는 하얀 단풍이라 불러 보았다. 

훗날 단풍이 곱게 물들 때 집에 들러 생활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진한 커피 한잔과 함께....











2018.4.24 samganilmok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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