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 이수은
이 전에 읽었던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의 작가가 쓴 책이다.
(브런치에 서평을 쓰기도 했다 https://brunch.co.kr/@samgim-masitda/38)
그 때 이수은 작가의 책에 감명을 받아서 같은 작가의 책을 검색하여 찾아보았다. 이수은 작가는 고전 읽기를 즐겨하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0년 간 일한 경력이 있는 분이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에서도 느꼈지만 고전 읽기에 내공이 깊으신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동시에 고전에 대한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는 문체로 풀어나가는 솜씨가 있다. 그래서 이번 책도 이수은 작가 특유의 문체를 즐기면서 고전 여행을 하다왔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왜 "숙련자를 위한" 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 어디에도 "숙련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말이 없고, "숙련자"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내 생각에는 초보자가 읽어도 무방할 것 같고, 특히 문체가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어서 고전을 딱딱하게만 여겼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책은 각 고전에 대한 배경 지식을 설명하고 줄거리를 요약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고전은 특히 무턱대고 초보자가 덤볐다가는 그 배경 지식을 몰라 쉽게 포기할 수 있다. 아니면 줄거리 파악을 잘못하여 완전히 오독할 수도 있다. 나는 그 배경 지식을 일일이 찾아볼 엄두가 나지 않아서 고전 읽기를 주저하고 있던 터라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볼테르의 <캉디드> 같은 경우는 내용이 우스꽝스럽고 말이 안되는 장면이 많아 '이상한데?'라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들어가는 말로 이 책의 잘못된 줄거리 요약을 읽은 경험을 소개한다. <캉디드>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읽고 교훈을 얻었다는 말로 끝맺기보다는 당시 사회를 비판하려는 볼테르의 의도를 알고 읽어야 재미있는 책이다. 그 외에도 표현이 난해하여 줄거리를 따라가기 어려운 책들을 잘 정리해놓았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아주 오래 전에 읽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서 괴로워했던 책이었다. 읽으면서도 줄거리를 알기 어려웠는데 작가는 쉬운 말로 어떤 줄거리인지를 알려준다. 고전을 읽느라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지 난해한 표현을 헤집고 들어가 줄거리를 알아내고 싶다면 그것도 방법이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줄거리를 읽고 고전을 읽으면 스포일러를 당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1984> 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같은 경우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 경우에는 배경 지식만 읽고 줄거리 읽기는 나중에 해도 무방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고전을 읽는 재미는 줄거리에만 있는 건 아니니 줄거리를 알고 읽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수은 작가가 말해주는 줄거리가 원체 재미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고전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알려준 책이다. 혼자서 고전을 읽기는 벅차지만 좋은 해설서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 책을 길잡이로 해서 고전 독서를 조금 더 해볼 마음이 들었다. 이 책 이외에도 좋은 해설서를 찾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는 책 자체도 재미있었고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많이 된 좋은 책이었다. 이수은 작가가 다른 책을 또 써준다면 구입할 의향이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