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레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김 Dec 24. 2021

책이 이야기하는 책

책에 관한 책

의외로 세상에는 책에 관한 책이 참 많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을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등 대략적인 분야만 나열해도 리스트 하나는 나올 정도다. 다른 사물들도 나름의 의미와 쓰임이 있겠지만, 책은 다른 사물들과 무엇이 다르길래 책에 관한 책이 이토록 많을까? 단순히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책에 친숙하기 때문에 책에 관한 책을 많이 만드는 것 뿐일까?


책은 다른 사물과 단 한 가지가 다르다. 책이 다른 사물과 다른 점은 콘텐츠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콘텐츠를 품고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콘텐츠란 무엇일까? 콘텐츠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든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등의 형태를 말한다. 책에 들어있는 콘텐츠는 대체로 언어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호흡이 무척 긴 콘텐츠가 들어가기 마련이다. 즉,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척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담아둔 것이 바로 책이다. 아무래도 긴 이야기가 들어가다보니 책에는 저자의 인생이 배경으로 들어간다.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떤 편린이 되어 책 안에 녹아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책을 접하면 다른 사람의 삶을 좀 더 깊이 경험하게 된다.


아마도 책에 정감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점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에 깊이 다가가기 때문에 책이라는 사물에는 다른 사물과 다른 애착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책은 친절하다. 책은 자신이 품고 있는 콘텐츠에 독자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해놓는다. 콘텐츠를 적절히 보여주는 디자인과 판형, 그리고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쌓아놓은 표현들이 그것이다. 또한 책을 덮어버려도 책은 그저 독자가 다시 돌아오기를 여유있게 기다려준다. 책이 담고 있는 여유와 관대함은 아마 그런 점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책이 품고 있는 인생의 조각들과 관대한 여유는 많은 사람들을 책 안으로 불러들인다. 이렇게 책 안으로 향한 사람들이 책에 관한 책을 또다시 만들어낸다. 올해는 특히 책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오늘은 이 책들을 간단히 소개해볼까 한다. 책에 관심이 많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들에도 흥미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먼저 책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책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올해 초에는 <읽는 직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서평도 브런치에 남겼었는데(https://brunch.co.kr/@samgim-masitda/20) 어느덧 연말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여전히 출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편집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가 궁금하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출판계와 편집자에 대한 이해가 무척 넓어졌다. 책에 관한 책들도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마찬가지로 편집자의 이야기인 <에세이 만드는 법>이 있다. 유유 출판사의 땅콩문고 책인데 에세이 작가보다는 편집자에게 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 중에는 번역가도 포함된다. 그래서 번역가의 이야기인 <혼자여서 좋은 직업>, <번역에 살고 죽고>를 읽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서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다. 민음사에서 나온 책인 <책 만드는 일>, 출판기획자의 이야기인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이라는 책도 흥미롭게 읽었다. 


뭐, 출판계에서 일할 일이 없는 내가 읽기에는 그다지 영양가가 없는 책이겠지만, 늘상 보고 있는 책에 관한 이야기이니 흥미가 갈 수 밖에 없었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시장에 나오게 되는지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달까. 그 외에도 출판계의 한 축을 이루는 책을 파는 사람들, 서점에 관한 책들도 꽤 많이 있었다. 특히 요즘에는 독립 서점이 늘어나면서 독립 서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이 있고, <퇴근 후 - 동네 책방>도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에 나온 헌책방에 관한 책인 <헌책방 기담 수집가>는 정말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해외의 서점을 돌아다닌 이야기인 <서점 여행자의 노트>도 꽤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한 책도 찾아보면 많은데 대표적으로 한 권을 꼽아보려 한다. 마찬가지로 브런치에 서평을 남긴 책인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https://brunch.co.kr/@samgim-masitda/32)이다. 이 책은 다독가라면 공감을 할만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여러 권의 책을 읽었을 때 책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이는 점이 무척 인상깊었다. 읽으면서 책 읽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나라 역사는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책을 어떻게 읽어왔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책들도 있었다. <에도의 독서회>라는 책이 그렇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일본의 역사 속에서 독서 모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옆 나라 이야기지만 정말 독서열이 높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신분의 귀천 없이도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대목에서는 부럽기까지 했다. 이 당시의 독서모임은 서양의 책을 번역하기도 하는 등 일본의 근대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책에 관한 책 중에서는 내게 꽤 충격적인 책이었다. 



최근에는 <독서와 일본인>이라는 책을 읽었다. 일본의 가나 문자가 보급되고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고, 또 책을 읽는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서양인들은 그런 일본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고 한다. 문자라면 더 뛰어난 문자인 한글이 있었고 금속 활자도 더 발달했던 우리나라는 왜 누구나 책을 읽는 나라가 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신분이 높으면 여성들도 글을 읽기는 했던 것 같은데, 신분을 막론하고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었다면 더 좋은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책으로 <에도의 독서열>이라는 책도 있는데 아직 읽지 못해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었다.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책에 관한 책도 아주 많이 있다. 모두 읽지는 못하더라도 간간히 읽어보면 독서 생활에 도움이 된다. 이 책이 왜 이렇게 편집되었을지, 만들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을지,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지, 원서랑 비교하는 편이 나을지 등등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많이 읽고 싶은 사람이거나 이미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책에 관한 책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책에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를 더 많아지게 해주고 다른 사람의 독서에서 참고가 될 만한 점도 발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남의 독서 생활을 보면서 얻는 즐거움도 있다. 책과 더욱 친해진 듯한 기분도 들고 말이다. 내년에도 이런 책들을 많이 만나 즐거운 독서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좋은 독서 생활되시기를 바란다.



Photo by Olga Tutunaru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도 밖에서 하는 게 맛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