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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류작가지망생 Nov 30. 2024

엽편소설 ; 실시간 영상 CC자막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실체도 없는 스마트폰 화면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 그래서 실제로 코 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주변시처럼 흐릿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작은 화면 속 무생무취의 소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

  어째서일까.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은 왜 이름도 출처도 모를 영상을 믿는 걸까'하고 생각해 보면, 어쩌면 믿는다는 말이 시대에 맞게 바뀌지 못해서였을지도 모르겠어요. 무언가를 '믿는다'는 건 이제는 신뢰보다는 신앙심 같은 거겠죠. 그러니까 굳게 믿는 마음 하나만으로 충분한 게 아닐까요.

  다빈이는 좋은 애였어요. 공부도 잘했고 반 애들이랑도 잘 지내고 함께 있으면 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애였어요. 이런 말을 더 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어차피 그렇게 믿을 사람들은 한 명도 없을 거잖아요. 이걸 보는 여러분들도 똑같잖아요. 내 말을 들어보려고 들어온 건 아니잖아요. 여러분의 신앙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믿음을 다지기 위해 들어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전 이 말을 좀 하고 싶었어요. 혹시라도 다빈이와 같은 일이 주변에 생긴다면 핸드폰은 잠깐만 내려두세요. 화면이 아니라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세요. 진짜 그게 사실이냐고 묻지 마세요. 확인하려고 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그런 사람이 필요해요. 다빈이도 그랬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러지 못했어요. 나도, 담임선생님도, 하물며 다빈이 부모님도 다빈이에게 그랬어요. 진짜냐고. 그런 적 없냐고.

  다빈이는 죄책감 때문에 뛰어내린 게 아니에요. 두려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여러분이, 나랑 친구들이랑 선생님들이랑 모두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우리가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주세요.

  소문 말고 제 말을 한 번만 믿어주세요. 제발요. 다빈이도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진짜 나쁜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요. 지금도 그래요. 다빈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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