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밀도에 대하여
회사 운영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시간은 늘 부족했다.
하루 24시간은 같았지만 내 시간은 늘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새벽에 눈을 뜨면 이미 알림이 쌓여 있고, 하루 종일 회의와 메일, 피드백과 메시지 속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느라 ‘왜 이 일을 하는가’는 자주 놓쳤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문득, 하루를 통째로 기억하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분명히 열심히 일했는데, ‘무엇을 남겼는가’는 공허했다.
"아침의 1시간. 밤의 1시간"
이 두 시간은 겉보기엔 같아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아침 1시간은 ‘설계의 시간’이다.
아침 6시. 가장 먼저 창문을 연다. 외부의 공기와 내가 섞이기 전에 먼저 숨을 정리하고 싶어서다.
커피를 내리며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조금씩 맑아진다.
이메일은 열지 않는다. 채팅도 확인하지 않는다.
세상이 아직 조용할 때, 내 생각도 조금 더 선명해진다.
아침에는 마음이 아직 상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도 않았고, 어떤 결과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간은 가장 내 생각이 나답게 작동하는 시간이다.
"오늘 내가 정말 집중해야 하는 건 뭘까." "이 방향이 맞는 걸까, 아니면 방향 전환이 필요할까." "지금 팀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뭐지?"
아무도 묻지 않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묻고, 아무도 정답을 주지 않지만 내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그 결정은 하루를 통째로 바꾸기도 한다.
그날의 회의에서 어떤 말을 할지, 무엇을 밀고 무엇을 포기할지.
아침의 1시간은 세상에 들어가기 전, 나를 세팅하는 시간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 시작한 하루는 누군가의 흐름에 휩쓸리기 쉽다.
하지만 이 한 시간을 확보하고 나면 하루가 덜 어긋난다.
밤 1시간은 ‘복기의 시간’이다.
밤 11시. 모든 연락이 끊기고, 불을 최소한만 켠다.
하루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조용히 앉을 수 있다. 이 시간에는 오늘 하루의 내가 눈앞에 앉아 있는 것 같다.
"팀원이 낸 아이디어를 내가 좀 무시한 건 아닐까?" "기획안에서 놓친 건 없었나?" "생각보다 팀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나면 그 날의 내 태도와 감정은 제대로 돌아볼 틈도 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밤의 1시간은 그 모든 걸 다시 꺼내보는 시간이다.
‘오늘 가장 잘한 결정.’ ‘가장 아쉬웠던 대화.’ ‘내가 내뱉은 말 중에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말.’
생각하고 나면 무거웠던 하루가 조금 가벼워진다.
실수도 있었고, 감정이 앞섰던 순간도 있었지만 "오늘도 끝까지 버텼다"는 말은 어느 위로보다 효과적이다.
왜 아침의 1시간, 밤의 1시간은 다를 수 밖에 없는가?
아침은 앞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계획하고, 설계하고, 방향을 잡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밤은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되짚고, 성찰하고, 수정한다.
‘어땠는가’
이 둘은 같은 60분이지만 역할이 전혀 다르다.
하나는 ‘미래의 나’를 설계하는 데 쓰이고, 다른 하나는 ‘지나온 나’를 정리하는 데 쓰인다.
그리고 둘 다 하루를 밀도 있게 만드는 데 필수적인 시간이다.
하루 종일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계획한 일정이 밀리기도 하고, 좋지 않은 소식을 듣기도 한다.
투자자 미팅이 불발되거나, 제품 일정이 또 늦어지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침 1시간과 밤 1시간을 지킨다.
이 시간을 지키면 나머지 시간에서 조금은 흔들릴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하루가 모이고, 한 달이 되고, 결국 회사도, 나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아침은 내게 다시 묻는다.
'오늘은 어떻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