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by Sam의 기억 궁전

점심 식사를 마치고 막 자리로 돌아왔을 때였다. 책상 위 커피잔에선 아직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창밖엔 여름 햇살이 천천히 각도를 바꾸고 있었다. 알림 소리 하나가 나른한 오후를 깨웠다. 조지아에 있는 파트너사와의 정기 화상 미팅. 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노트북을 켜고, 회의 링크를 클릭했다.


잠시 후 화면이 열리며, 파트너사의 담당자가 등장했다. 역시나 부지런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눈에 띈 건 그의 배경이었다. 아직 덜 밝아진 하늘, 창가에 쏟아지는 부드러운 햇살, 손에 든 머그컵에서 피어나는 아침의 냄새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굿모닝!”


익숙한 인사였지만, 순간 내 머릿속에선 ‘지금은 오후 5시인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분명히 방금 눈을 떴을지도 모르고, 나는 오전 내내 쌓인 업무를 정리하느라 이미 하루의 반을 지낸 참이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굿애프터눈입니다. 여긴 벌써 저녁이네요.”


그와 나는 같은 안건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젝트 일정, 자료 정리, 보고서 포맷. 익숙한 대화였지만, 어딘가 리듬이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그는 상쾌한 톤으로 제안하고, 나는 약간 느린 톤으로 정리했다. 시차는 우리 둘 사이의 공간을 보이지 않게 밀어내는 투명한 벽처럼 느껴졌다.


“이 부분은 오늘 오후에 확인해서 회신드릴게요.”


그가 말했을 때, 나는 ‘그 오후는 내겐 오늘 밤일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어긋남은 그저 일상의 일부일 뿐이었다. 마치 멀리 떨어진 두 시계가 약간의 차이를 두고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그의 인사말이 마음에 남았다.


“굿모닝!”


하루를 시작하는 인사, 그러나 내겐 그것이 하루의 정리에 가까운 타이밍이었다. 같은 지구 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대에서 각자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신비롭게 느껴졌다.


업무는 늘 비슷하게 돌아가지만, 그 업무를 하는 시간의 온도는 언제나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 속에서, 우리는 같은 안건을 서로 다른 빛 아래서 바라본다.

어느새 커피는 식어 있었고, 오후는 조금 더 깊어져 있었다. 그리고 조지아에서는, 누군가의 하루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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