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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욱 교수 Sep 27. 2022

은밀한 술, 프루노

몰래 만들어먹는 술

감옥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


평생 술을 안 먹어봤으면 모를까

밤늦은 시간, 편의점에만 나가도 술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에서

술 문화를 마음껏 즐기다 죄를 지어 감옥에 들어가면

죄수라고 왜 술 한 잔 생각이 안 들까.


교도소에서는 해서는 안될 것들과 소지해서는 안될 규제가 많다.

특히나 술, 음주는 모르긴 해도 규제 대상 1~2위안에 들 것 같다.

없으면 만들어내고야 마는 뛰어난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은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안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술이 너무너무 마시고 싶은 죄수들이 교도관의 감시를 피해

만들어 먹는 술을 '프루노(pruno)'라고 한다.

원래 프루노의 의미는 발효시킨 주스를 뜻하는데 화장실 와인, 죄수 와인,

후치(hooch)라고도 한다.

후치는 '불법적으로 밀조된 값이 싼 술'이란 의미다.


후치(hooch)는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값이 싼 술'


그렇다면 아무것도 없는 교도소에서 어떻게 프루노를 만들까.


술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당(설탕), 효모, 물 이렇게 3가지가 필요하다.


술을 만들려면 당, 효모, 물이 필요하다.


탄수화물 분해 효소가 밥이나 빵을 분해해서 '당'으로 만들고,

'당'을 효모가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로 만들면서 우리가 아는 '술', 에칠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교도소에서는 당연히 술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재료가 제공되지 않는다.

때문에 먹다 남은 밥(탄수화물)을 모아 말리고, 밥에 있는 수분 안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가

내려앉아 번식하게 된다. 밥으로만 당을 만드는 건 아니다.

후식으로 나오는 과일이나 빵도 당을 가지고 있는 재료가 된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효모를 별도 배양해서 접종(inoculation)시켜야 하지만

교도소 내에서는 이렇게 하지 못하고 자연에 맡길 방법뿐이니 나쁜 곰팡이가 배양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들을 서로 모아 모아 아주 작게 부수고 물을 넣어 잘 흔들고 서늘한 곳에 두고 발효를 시킨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와인을 발효할 때와 유사한 과정이 진행된다.

밥이나 빵, 과일이 발효되기 시작해서 시큼한 냄새가 면 건더기는 버리고(빨아먹을 것 같지만)

물만 걸러 마시면 '과일 와인'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든 교소도 와인은 정식 와인이 아니므로 우리가 술을 즐기면서

느끼는 색, 산도, 향, 풍미와 같은 여러 가지 고급스러운 맛을 기대할 수는 없다.

누런 야채 우린 물의 맛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교도소에서 프루노를 만드는 도중에 감시의 눈에 걸릴 확률이 더 높겠지만

어렵게 해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 와인은 교도관들 몰래 마셔야 한다.

마신 후에 입에서 알코올 냄새가 나면 교도관들에게 걸릴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서.

또한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각오를 하거나, 형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정도의

각오까지 하지 않으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술, 프루노다.

https://assets3.thrillist.com


교도관들만 알코올 냄새를 맡을까?

옆 방, 건넌방에 술에 굶주린 죄수들에게 공기를 타고 흘러가는 술냄새는

어떤 기분일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호기심에라도 집에서는 절대 이렇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첫째, 곰팡이 독성으로 인해 식중독 위험이 있다.

둘째, 소독과 멸균 과정이 완벽하지 않아 잡균에 오염될 확률이 높다.

셋째, 돈이 없지 술이 없는 건 아니다.




만들고 싶었던 술,

마시고 싶었던 술,

좋아하는 취향대로 만드는 술을

자연의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재료와 품질 좋은 효모, 당화력 높고 안정적인 발효 성능의

누룩으로 원하는 양만큼 만들고 시음하고 나누는 시간.

안산술공방의 자유스러운 이야기와 경험을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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