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 로만(ruby roman)
루비로만(ruby roman)
'주르륵 흘러내리는 육즙'과 '우아한 단 맛', 탁구공만 한 크기의 포도알
루비로만, 일본 이시카와 기후와 사람들의 열정이 빚어낸 기적의 포도
14년에 걸쳐 개발된 최고급 포도로 이시카와현이 세계 유일의 산지다.
이 전에는 와인 양조용으로 주로 쓰이던 붉은빛이 도는 작은 크기의 '델라웨어 포도'가 이시카와현의 주 생산 포도였는데 이시카와현 농업임업연구센터(이하 센터)가 이시카와현 포도 생산자들의 요구에 의해 1995년에 새 품종 개발을 시작해 완성했다.
당시 농민들이 요구했던 품종은 '고급', '대형', '적포도' 이렇게 3가지 기준이었다.
센터에서는 일본 전역에서 8종류의 적포도를 채취해서 심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새로운 하이브리드(Hybrid) 타입의 포도를 만들어야 했다.
이시카와현은 지리적으로 한국의 대전쯤의 위도에 위치해 있어서 포도 재배의 가장 큰 요인인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지 않다.
기온 문제가 새로운 포도 개발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센터는 교배를 위해 일본에서 가장 큰 흑포도인
'후지미노리'포도를 모(母) 포도로 선택했다.
비밀리에 진행됐던 이 프로젝트는 인공 육종에서는 실패했다. 하지만 센터에 심어져 있던 수십 종의 포도 꽃가루 중 하나가 공중에 떠서 자연적으로 적포도가 만들어지는 기적이 생겼다.
이렇게 선택된 4개의 어린 포도 덩굴 중에서 가장 선명한 붉은 포도를 맺는 포도 덩굴이 선택되었고 법적인 보호를 받기 위한 품종 등록 신청 절차가 진행됐다. 포도 이름은 공모를 통해 600명이 넘는 후보자들 중에서 선정되었고 '루비로만(ruby roman)'이 탄생되었다.
(진심으로 안산술공방에서도 루비로만 포도를 와인 재료로 사용해보고 싶다.)
루비로만 포도의 표준은 3가지다.
1) 각 포도의 무게는 약 20g 이상이어야 할 것.
2) 당도는 18 brix 이상일 것.
3) 색상은 색상 기준표를 충적할 것.
위 표준을 만족해야만 JA 심사위원들에게 승인을 받고 스티커를 받을 수 있어서 실제 기준을 통과하여 스티커를 받을 수 있는 포도는 50% 미만이다.
2008년 8월에 가나자와에서 루비로만 1회 경매가 열렸고 이때 포도 한 송이가 최대 10만 원에 입찰을 받았다. 루비로만이 일본에서 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2011년 경매에서는 한송이가 5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최근 이시카와현의 담당자가 국내에 들어와 올해 2022년 8월에 서울 시내 백화점과 고급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루비로만'을 구입해서 일본 국가 연구기관에 포도 품종에 대한 DNA 감정을 실시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루비 로망은
일본 이시카와현 유전자와 일치했다.
또 한 번 '샤인 머스캣' 도둑질이 반복되는 것인가?
대한민국 국립종자원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루비 로망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일본 쪽이 한국에 '품종보호등록'을 하지 않은 채 소멸시효(보호등록 가능 기간) 6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루비 로망 생산과 판매 신고를 한 농가는 27곳이지만 곧 더 많아질 것이고
현재 샤인 머스켓처럼 급격한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국내에서 루비 로망을 재배하는 한 농가는 이 묘목을 중국에서 가져왔다고 하며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항의하지 말고 중국을 대상으로 항의하라고 하는 인터뷰를 했다(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루비 로망 한국 유출 사안은 일본 내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이 고생해서 만든 과일을 훔치지 마라'
'샤인 머스캣도 훔쳐가더니 루비 로만도 훔쳐가나'
'한국과 중국이 모종을 가지고 있더라도 고 품질의 생산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한국으로 유출된 것이 아니라 한국이 도둑질을 한 것이다'
'한국은 부끄럽지 않은가'
현재 한국 특허청에는 이시카와현이 루비로만을 상표등록 출원 중인 상태다.
특허청이 상표등록을 내주게 되면 한국 농가들은 '루비로만'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판매, 수출 시에 이시카와현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
스스로 오랜 시간 연구하고 노력해서 만들어내지 않고
손쉽게 남의 결과물을 도둑질해서 사용하는 건 도덕 윤리적으로 비열한 짓이다.
국가대 국가 사건이므로 앞으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내 개인적인 소망은 '루비로만'으로 와인을 담고 싶다는 내 바람이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위해 공방에서 익어가는 포도와인, 로제 와인, 감귤와인 향기가 그윽하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무탈하게 모두 행복한 연말연시를 맞이할 수 있길 바라본다.
- 안산술공방 이정욱 작가
- 공방 주소: http://kwine911.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