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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Mar 13. 2022

춘식이가 지금처럼 고구마만 고집한다면?

춘식이로 보는 고양이의 영양학과 현대적 질환





 요즘 고양이 캐릭터 중에서 가장 뜨고 있는 고양이는 역시 카카오프렌즈의 춘식이일 것이다. 춘식이는 2020년에 등장하여 길고양이로 등장하였지만 라이언에 의해 입양되어 정식으로 카카오프렌즈로 입성한 고양이로 다른 걸 먹지 않고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춘식이가 고구마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귀엽지만 수의사들이 보기엔 분명 기겁할 상황이다.(사료를 전혀 먹지 않고 생선, 통조림 등 전부 먹지 않는다는 걸 알면 더욱 충격받으실 것 같다.) 춘식이가 지금처럼 고구마에만 집착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고양이의 영양학







 고양이는 하루 칼로리 섭취를 계산하는 법은 여러 방법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휴식기 에너지 요구량(RER ; Resting Energy requirement)으로 계산한다. 계산 방법은 체중에 30을 곱한 뒤 70을 더하는데, 이는 생명을 겨우 유지하기 위한 칼로리로 보통은 1.2배나 1.4배를 곱해주어야 한다. 춘식이의 몸무게가 고양이 평균 체중인 4kg이라고 가정하면 춘식이가 먹어야 할 칼로리는 약 230kcal 정도 나온다.



 이번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관점에서 살펴보자. 고양이는 분명 우리 인간, 심지어 강아지와도 차이점이 있다. 우리 사람은 탄수화물을 주에너지원으로 삼는 반면 육식동물로 진화한 고양이는 단백질을 주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즉, 활동을 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단백질을 먼저 소화시켜 에너지를 낸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양이는 모든 영양분 중에서 단백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고양이는 섭취할 때 칼로리 섭취 비율 중 단백질의 비율이 30%가 넘으며 최소 26%는 넘어야 한다고 한다. 알기 쉽게 무게로 다시 설명하자면 고양이는 하루에 kg당 최소 5.5g 정도 먹어야 한다. 보통 일반 고양이가 4-5kg 정도 나가니 하루에 먹어야 할 단백질의 양이 20g은 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은 kg당 1g 정도 먹는 게 좋다고 하는데 고양이와 비교하면 같은 무게당 거의 5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고양이는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 심지어 고양이의 kg당 5.5g은 최소에 가까운 수치고 사람의 kg당 1g은 최소 수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차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만큼 고양이는 단백질을 많이 섭취해야 하고 단백질을 많이 이용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지방은 어떨까? 지방은 최소 요구량은 건식 기준으로 하루 섭취 칼로리 비율에서 약 9-10% 된다고 하며 보통은 활동량에 따라 20%까지도 필요하기도 하다. 사실 비율상으로는 높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 수치는 최소치라는 점에서 사실상 15%가 넘는 비율로 지방이 필요한 셈. 사람이 지방을 가장 나중에 태운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고양이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영양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반면 탄수화물의 경우 섭취하는 음식 중에서 10-15% 정도 있으면 되는데, 사실 그마저도 수의사에 따라 5%까지 낮춰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 사실 탄수화물을 별로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 정도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잘 이용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탄수화물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 등의 효소 활성이 떨어지기 때문. (심지어 강아지보다도 떨어진다.) 심지어 탄수화물을 먹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고양이는 탄수화물 특유의 맛인 단맛마저 느끼지 못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그 기전은 맛을 느끼는 유전자의 변성이다. 맛을 느끼는 유전자는 Tas1r2와 Tas1r3라고 하는데 이 유전자의 구조 자체에 변성이 생겨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진 연구 결과다. 이처럼 탄수화물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고양이의 신체에 만약 과도하게 탄수화물이 섭취될 경우 잉여의 탄수화물이 쉽게 발생하게 되어 비만이 되기 쉽고 결국은 당뇨, 지방간, 췌장염 등의 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한다.






고구마 성분표



 그렇다면 고구마의 성분을 한 번 살펴보자. 어차피 생고구마로는 거의 먹지 않을 테니 춘식이가 좋아하는 찐고구마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찐고구마 기준 100g당 단백질은 겨우 1.5g, 탄수화물은 무려 31g이 있다. 심지어 고양이가 두 번째로 잘 사용하는 지방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저 단백질이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인지도 불확실하다.) 우선 춘식이가 4kg이라는 가정하에 필요한 하루 단백질은 약 22g 정도 되는데 이 22g을 채우기 위해선 고구마 약 1470g이 필요하다. 고구마만 1.5kg을 먹어야 하루 단백질을 겨우 채우는 셈. 그러나 그렇게 먹게 되면 무려 455g의 탄수화물을 먹게 되는데, 이를 칼로리로 환산하면 무려 1820kcal이다. 춘식이가 하루에 먹어야 할 칼로리가 230kcal 임을 감안한다면 너무 많은 칼로리가 탄수화물로 들어오는 셈이다. 단순히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만 채우기 위해 저렇게 많은 탄수화물이 강제로 들어오는 셈이다. 이처럼 과도한 잉여 탄수화물은 고양이의 각종 조직과 내장 등에 축적되어 천천히 고양이의 수명을 깎아먹을 것이다.





고양이 최소 단백질 요구량을 채우기 위해선 하루에 고구마 13-15개 정도를 먹어야 하지만 나머지 1800kcal의 탄수화물도 같이 섭취될 것이다.


과도한 탄수화물이 고양이에게 미치는 영향


 과도한 탄수화물이 들어오게 되면 고양이 체내에서 이용하지 못하므로 인슐린이 열일하게 되는데, 인슐린이란 몸에 들어온 과도한 포도당 성분을 간에서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는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간 외에도 근육과 지방조직에도 관여하는데, 특히 지방조직에 관여하게 될 경우 과도한 포도당을 지방 형태로 전환하여 지방조직에 더 많은 지방이 쌓이도록 하는데 이 때문에 비만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과도하게 지방이 쌓일 경우 비만이 되기 쉽다. 비만이 될 경우 당뇨가 뒤이어 일어나기 쉽다. 당뇨는 보통 1형과 2형이 있는데 1형은 인슐린 분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경우고 대부분이 2형으로 발생한다. 2형은 인슐린 분비는 정상적일 수도 있으나 그에 대한 반응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흔히 저항성이 있다고 하며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고혈당이 유지되는 상태다. 이 2형은 유전적인 영향도 있지만 생활습관 특히 비만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한다. 당뇨가 생길 경우 지속적으로 당뇨 사료로 관리해야 하며 필요시 인슐린 주사를 통해 관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당뇨가 지속될 경우 지방간의 위험 역시 높아진다. 고양이의 경우 밥을 굶어도 지방간이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잉여의 탄수화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와 당뇨가 생긴 경우에도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지방간은 대부분 술 때문에 생기지만 술이 원인이 아니라면 당뇨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당뇨와 지방간의 상관관계는 (사람에서) 논문으로도 나와있다.



 그리고 만약 춘식이가 비대성 심근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을 혹시나 가지고 있으면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비만이 HCM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은 유전에 의한 것이지만 HCM이 있을 때 비만이 있다면 그 증상을 매우 안 좋게 할 수 있다. HCM이 있으면 아무래도 심박출량이 떨어져 운동능력이 떨어지게 되는데 비만이 있다면 그 운동능력을 하기 위한 부하가 더 많이 실리므로 HCM이 더 악화될 위험이 있다.



 만약 춘식이가 지금처럼 고구마를 고집하게 될 경우 과도한 잉여의 탄수화물로 인한 비만, 그리고 당뇨와 지방간이 가능하며 앞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췌장염 역시 가능하고 비대성 심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정상적인 영양섭취가 되지 않으니 그전에도 저혈당과 같은 급성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니 춘식이는 반드시 고구마를 끊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춘식이가 운동을 생각보다 매우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춘식이는 인스타그램에 지속적으로 춤추는 영상이 올라오는데 그 퀄리티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춘식이는 춤을 굉장히 열심히 연습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만큼 활동량은 많은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고구마의 섭취를 용인할 수는 없다. 귀여운 춘식이가 부디 고구마를 끊고 사료와 생선 등을 골고루 잘 먹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춘식이를 통해 고양이의 영양과 단백질의 중요성, 그리고 현대적 질환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봤다. 춘식이처럼 먹는 고양이들이야 당연히 없겠지만 요즘은 묘생 20세 시대에 현대적, 노령성 질환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전국의 냥이님들도 식단 관리에 조금씩 신경써야할 것이다. 물론 맛있는 탄수화물을 먹으며 이 글을 쓰는 나부터 반성해야 하지만.



춘식이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ryan.seoul.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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