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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한 수의사 May 12. 2021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날아라 호빵맨 짤랑이

수의사가 보는 미생물 짤랑이

출처 : 날아라 호빵맨



 안녕하세요, 삼삼한 수의사입니다!

 수의사라는 직업은 동물을 치료하는 것이 일반 대중들의 인식입니다. 하지만 동물을 치료하는 것 외에도 미생물에 관하여 공부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미생물들이 가진 특성을 가지고 유망한 바이오 기술을 만들어 우리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수의사들은 생명체라면 모두 다룰 수 있으며 정말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매력적인 직업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생물과 관련된 캐릭터를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애니메이션 날아라 호빵맨에 빌런 역할로 나오는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세균맨과 짤랑이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중 인터넷 게시판에서 좀 더 유행하는 귀여운 짤랑이를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동물은 아니지만 미생물인 짤랑이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짤랑이는 붉은곰팡이(Fusarium)다.

출처 : 날아라 호빵맨


 짤랑이의 특징은 붉다는 점과 빵을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붉은색 그리고 빵과 관련된 미생물이 몇 가지 있습니다. 붉은곰팡이(Fusarium)붉은빵곰팡이(Neurospora)입니다.


온쫌(oncom)


 붉은빵곰팡이(Neurospora)의 특징은 붉은색 계열의 분생자를 형성하는 진균으로 옥수수나 빵, 채소에 기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온쫌(oncom)이라는 빵을 만듭니다. 온쫌은 땅콩이나 대두박에 곰팡이를 배양하여 만든 빵으로 과일 향이 난다고 합니다. 또한 붉은빵곰팡이는 빨리 번식하며 최소한의 조건으로도 배양하기 쉽고 생명력이 질겨 유전학 연구의 모델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또한 최근 소식에 따르면 붉은빵곰팡이를 이용해 2차 전지의 전극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만들 수 있다고도 합니다. 때로는 불청객이지만 생각보다 유용한 점이 많은 곰팡이가 바로 붉은빵곰팡이입니다.


토마토를 말라죽게 만든 붉은곰팡이

반면 붉은곰팡이(Fusarium)토양에 서식하며 채소나 곡식에 기생하게 되면 독소를 생성하는 진균입니다. 그리고 기생한 부위는 붉은색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입니다. 붉은 곰팡이는 특히 식물에게 피해가 아주 크며 때로는 외이도와 각막염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같이 붉은색을 유발하지만 제가 짤랑이를 붉은곰팡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애니메이션에서의 짤랑이 역할 때문입니다. 짤랑이는 애니메이션에서 빌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붉은빵곰팡이(Neurospora)를 짤랑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유용합니다. 그래서 붉은곰팡이(Fusarium)가 가지는 위험성이 빌런으로서의 짤랑이 역할과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저는 짤랑이가 붉은곰팡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나무위키에도 붉은 곰팡이를 모티브로 했다고 언급이 되어 있었습니다.


짤랑이가 식빵맨을 좋아하는 이유는 본인이 먹고살기 위해서다.

출처 : 날아라 호빵맨

 붉은곰팡이(Fusarium)는 채소나 곡식에 기생합니다. 비록 곡식에 주로 피해를 주는 곰팡이이지만 빵에도 서식할 수 있습니다. 곰팡이는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여 외부의 유기물질에 의해 의존해야 합니다. 그래서 곰팡이는 외부에서 전분이나 섬유소 같은 유기물질을 분해하여 생존합니다. 이때 식빵과 같은 빵 종류는 전분이 풍부하여 곰팡이 입장에서는 뷔페입니다. 붉은곰팡이인 짤랑이는 이런 식빵맨을 보고 자기가 먹고살기에 아주 적합한 환경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짤랑이는 식빵맨을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짤랑이의 동생인 딸랑이, 딸랑이의 눈물은 페니실린이 아닐까 생각한다. / 출처 : 날아라 호빵맨

 이때 짤랑이 동생인 딸랑이 역시 식빵맨을 좋아합니다. 아마 푸른색의 딸랑이는 페니실린을 생성하는 푸른곰팡이(Penicillium) 일 것으로 생각되며 식빵에는 붉은 곰팡이보다 푸른곰팡이가 더 잘 피는 것을 감안하면 딸랑이가 식빵맨에게 좀 더 집착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식빵맨과 딸랑이가 더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짤랑이는 우리 욕실에 있을 수도 있다.

 곰팡이가 좋아하는 환경은 10~40도의 적당한 온도에 습한 환경입니다. 그래서 곰팡이가 잘 피는 곳은 욕실이나 반지하 같은 곳입니다. 특히 욕실은 상시 샤워를 하고 씻기 때문에 습기가 잘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때 같은 것도 많이 생깁니다. 붉은색의 물때는 무기물이 침전하여 생길 수도 있지만 곰팡이로 인해 생길 수도 있는데 대표적인 원인 곰팡이균이 바로 붉은곰팡이입니다. 욕실을 락스로 주기적인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 짤랑이가 우리 욕실에 계속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욕실에 있는 붉은곰팡이는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짤랑이는 먹는 바나나를 멸종시킬 수 있다.
출처 : Food and Arg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 붉은곰팡이의 일종인 Fusarium Oxysporum은 바나나를 숙주로 하여 기생하게 되는 데 이 곰팡이에 걸리면 바나나는 잎이 갈색으로 변한 후 죽게 되는데 이를 파나마병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바나나는 이 곰팡이에 내성이 없었는데 현재 우리가 먹는 케번디시라는 품종을 개발하게 되면서 내성을 가진 바나나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변종 파나마병이 유행하게 되면서 우리가 먹는 케번디시 품종의 바나나마저 속수무책으로 폐사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씨가 없고 번식이 어려워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도 매우 어려운 처지이기에 파나마병이 빨리 퍼지게 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바나나를 먹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붉은 곰팡이인 짤랑이는 비록 빵들이 넘치는 세계에서는 약한 빌런이지만 식물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파괴할 만큼의 엄청난 빌런입니다.


마치며
출처 : 날아라 호빵맨

 처음으로 미생물에 대해서 리뷰해보았습니다. 짤랑이는 붉은곰팡이류(Fusarium spp.)로 본인이 먹고살기 위해 식빵맨을 좋아하고 있으며 우리 욕실 타일에 존재할 수도 있고 바나나를 멸종시킬 수 있는 곰팡이인 것이 제 결론이었습니다. 수의사가 미생물을 리뷰했으니 예상을 못 하셨겠지만 반려동물에서 외이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체로 붉은곰팡이(Fusarium)를 이미 배웠었습니다. 앞으로는 미생물 캐릭터도 저 분석에서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다양하고 재밌는 캐릭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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