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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Baek 백산 Mar 07. 2019

프롤로그: 나는 아름답고 열정적인 삶을 꿈꾼다

스탠퍼드 MBA 친구들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기까지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삶의 이야기를. 가감 없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다시 한번 꿈꿀 수 있다. 그리고 내 삶도 새로운 색으로 볼 수 있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 한국에서 자랄 때, 난 '이야기' 거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정답이 정해진 삶에서 꾸준히 정답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맞춰 왔건만, 막상 내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때가 됐을 때, 난 별로 할 말이 없어졌다. 내 삶은 너무 평범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나는 나의 삶의 스토리를 능동적으로 구성해갈 힘이 없었다.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었다. 


스탠퍼드 MBA에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거짓말처럼 내 삶의 스토리들이 살아났다. 아주 근본적인 가치들 (정직, 도덕) 이 뼛속 깊이 뿌리 박힌 친구들의 어린 시절을 들으면서 난 그런 가치보다는 성취가 중요했던 우리 집 환경을 돌아봤고 나 스스로 그런 가치들을 찾아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백인에, 워터폴로 선수에, 잘생기고 인기도 많은 친구가 따돌림받았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 줬을 때, 하버드 나오고 메킨지 컨설턴트였고, 내가 부러워하는 것 다 겪고 이뤄낸 친구가 인종차별로 뼈저리게 고생한 이야기 해줬을 때, 내게는 은근한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도 알게 됐고, 그 콤플렉스가 힐링되는 것도 느꼈다. 어디든 가봐야 하고 뭐든 먹어봐야 하고 호기심과 에너지로 삶을 사는 친구들 삶을 접할 때, 나의 호기심과 에너지, 내 삶의 색깔이 그들의 삶과 공명되면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커져가는 걸 느꼈다. 


아직 30대이고, 계속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나와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데는 망설임이 앞섰다. 주위에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 “글로벌 리더들이 되기까지 그들의 비밀병기” 같은 자기 개발서가 아니면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냥 '이야기를 엮은 책'은 읽히지 않는다고. 하지만 제현주 작가의 “일하는 마음”,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었다. 그래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 아니어도 좋다. 모든 걸 다 결론 낸 책이 아니어도 좋다. 나와 이들의 삶이 여전히 진행형이고 과정이듯이, 이 책도 그런 과정 가운데 하나인 책이면, 이야기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스탠퍼드 MBA의 첫 번째 에세이 질문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고 왜 그런지”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왜”이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무엇”이 지금의 이들을 만들었으며 “왜” 그들은 이런 삶의 선택들을 해왔는지 였다. 난 이 들의 삶이 ‘스탠퍼드 MBA를 왔고’, ‘이러이러한 성취를 이뤄냈고 이뤄내기에’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공통분모가 있는 게 사실이고, 세상적으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뤄냈다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임은 분명하지만, 난 그것을 넘어서 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성찰을 바탕으로 본인의 삶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것을 솔직하게 오픈하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본인의 계획과 걱정을 가감 없이 나누었기에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같은 이유로 만약 내 삶에서 사람들에게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내가 ‘스탠퍼드 MBA를 갔기에’, ‘공무원을 그만두었기에’ '어떤 성공이나 성취의 방정식을 알고 있기에'가 아니라, 그건 가감 없는 내 삶의 중요한 부분들,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나에게 신념을 주고 나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고 나를 만들어 왔던 내 삶의 그런 순간들과, 현재 가지고 있는 나의 생각과 걱정과 가치들 같은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날것들을 전달함으로써, 독자 여러분들이 본인의 삶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자신에 대한 ‘Clarity”나, 주위 사람에 대한 “compassion or understanding”이나, 앞으로의 삶에 대한 “courage, inspiration” 이런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더 얻는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것이 나와, 자신의 삶을 오픈해준 내 친구들의 큰 기쁨일 것을 확신한다. 


바야흐로 한국의 젊은 세대들, 부모들, 누구나 어떻게 사는 게 맞는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정답이 없는 게 정답이 아닐까. 우리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조금씩 더 자신만의 삶을 찾아간다. 그래. 이건 그런 나의 노력이고 내가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다.  


백산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시리즈 


0. 프롤로그: 기획의도

1. 절제, 가족과 신앙에 충실한 삶이 주는 자유 (카일런 (Kylan Lundeen)의 삶 이야기)

2. 무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일본 법조계의 시마과장 (아츠시 마츠시다의 삶과 열정) 

3. 가난과 배경을 뚫고 올라가는 개나리같은 에너지 (쉐일리,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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