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서 365일
솔방울 松ぼっくり 마츠봇쿠리
소나무 松 마츠
열매 木の実 키노미
도서관에 가려 1층으로 내려오니 현관 앞에 밤새 바람에 떨어진 소나무가지가 보였다. 옆에 어린 솔방울이 몇 개 떨어져 있어 무심코 하나 주어들었다. 평소에 이런 일 하는 경우는 드문데 어떤 무의식이 이런 행동을 하게 했는지 의아하다. 솔방울을 주머니에 넣고 만지면서 걷다보니 몇 년간 겨울이 되면 솔방울을 장식으로 썼던 일들이 떠올렸다. 꽃집에서 한 개에 몇 백엔 정도에 팔던 흰 색 금색으로 무심하게 붓으로 칠한 것이 꼭 크리스마스트리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캠핑만화에서 불을 지필 때 솔방울을 쓴다고 했던가, 솔방울하면 역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하던 독재자의 웃기고 실없는 자기선전이지...그런 생각들이 하나 둘 씩 떠올랐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바로 앞의 호수공원에 있는 나무 열매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덕분에 솔방울은 딱 하나의 형태만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곰곰히 생각하면 아주 당연하지만) 형태도 크기도 색도 각양각색인 솔방울들을 비교해서 볼 수 있으니 즐거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양의 솔방울은 아메리카산 '리기다 소나무' 였고, 중국 베이징 주변이 원산지인 '백송'의 것은 좀 투박하긴 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곡선들이 꽤 멋스러워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또 뻐꾸기 시계에 (나무건 플라스틱이건 간에) 달려있던 솔방울은 '독일 가문비 소나무'라고 한다. 길고 얄쌍한 모습이 특이하긴 하다.
평소에 전혀 신경 쓰이지 않던 아니 존재자체도 잊고 있던 솔방울에 대해 하루에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되다니. 유독 이 계절에 솔방울이 떨어져서 그런가 싶어검색해보니 현대의 도시에서는 계절 상관없이 일년내내 주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계절에 솔방울을 떠올리는 것은 소나무의 푸르름이, 솔방울이 달린 버꾸기의 목소리가 지금 늦겨울 우리를 버티게해주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