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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린 산천어 Jul 09. 2023

군자와 소인, 모범운전과 난폭운전(3)

잘하는 운전과 잘 사는 사람, 모범운전과 군자



제48조(안전운전 및 친환경 경제운전의 의무) 
① 모든 차의 운전자는 차의 조향장치(操向裝置)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안연 16 

子曰 君子는 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 反是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사람의 장점을 이뤄주고 단점은 이뤄주지 않아. 소인은 꼭 거꾸로 한단다."


 사람은 누구나 나만의 재주가 있지만 좋은 점으로 여겨지기도, 나쁜 점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군자는 스카우터처럼 사람의 재주를 골라내어 군자답게 만들어줍니다. 다부진 사람은 카리스마 있게, 꼿꼿하면 소신 있게, 수수하면 검소하게, 어눌하면 미덥게 밝혀줍니다. 아무리 좋은 재주를 가진 사람이라도 소인의 손을 거치면 난폭하고, 고집 세고, 초라하고, 멍청한 사람이 됩니다. 멋쟁이와 모질이는 한 끗 차이입니다. 소인은 소인을 낳고 군자는 군자를 키워냅니다. 오직 군자만이 남을 가르치고 바른 곳으로 이끕니다. 군자는 스스로를 닦아 모범을 보이고, 남을 가르쳐 세상을 바꿉니다. 도덕은 자신의 삶을 기름지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습니다. 나를 비옥한 토지 삼아 많은 군자를 키워내는 게 도덕입니다.




*위정 13 

子貢 問君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자하가 군자에 대해 묻고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먼저 실천하고 말은 나중에 와야지. 말은 실천을 따라야 해.”

*이인 24 

子曰 君子 欲訥於言而敏於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은 어눌해도 실천은 잽싸게 하지."

*헌문29 

子曰 君子 恥其言而過其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 꺼내기를 부끄러워하듯 처지게 하고 실천은 지나치다 싶게 하지.”


 다들 말로는 자신이 한국의 슈마허이며, 서울의 후지와라 타쿠미입니다. 빈 수레가 시끄럽습니다. 또 자기가 마음먹으면 전설에는 조금 못 미치고, 프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마추어보다는 아득하답니다. 정작 진짜 수준은 마니아 이하이면서요. 저는 살면서 운전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이 만나봤지만 잘하는 사람은 본 적이 드뭅니다. 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건 뭇사람의 나쁜 버릇입니다. 군자는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을 토대로 말합니다. 말에서 더하거나 뺄 것이 없으니, 언행일치(致, 말과 행동이 같음)입니다.


 군자의 행동은 누구보다 재빠릅니다. 남이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려 할 때 발은 이미 브레이크에 가 있고, 속도를 올리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액셀을 밟고 있습니다. 누가 경고할 틈 없이 넉넉하게 줄이며, 또 올립니다. 그다음에야 "줄였어, 올렸어"하는 말이 뒤따릅니다. 내가 얼마나 부드럽게 정차할 수 있으며 빠르게 달리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허세입니다. 뭇사람은 방송인이나 법조인처럼 말 잘하는 능구렁이를 좋아할 테지만 군자는 꼭 그러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을 천천히 고르기에 어눌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도덕을 따르는데 실천이 모자라지, 말은 모자라지 않습니다. 군자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학이 16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해야지.”

 *위령공 18 

子曰 君子 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제 무능을 걱정하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

 *위령공 19 

子曰 君子 疾沒世而名不稱焉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죽을 때까지 이름이 일컬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소인은 뭇사람이 저를 못난 사람으로 볼까 봐 언제나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마음을 졸입니다. 실천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떠받들여지고 싶습니다. 조그마한 일에도 칭찬받고 싶어서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닙니다. 골목길에서 병렬 주차 한 번 잘했다고, 가끔가다 급한 차에 길 터줬다고 자랑하고 다니며 모범운전자라고 불리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미워합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내 손을 떠난 일에 매달려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마주 봐야 합니다. 군자는 스스로가 할 수 없는 일에는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군자도 '알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모두가 알아주는 사람', 그러나 나아가 '남을 알아주는 사람'입니다. 내 잘난 구석보다 남의 좋은 구석을 찾아 군자로 만들어주고, 좋은 세상을 만든 사람으로 일컬어지고 싶습니다.




*안연 4 

司馬牛問君子 子曰 君子 不憂不懼 曰 不憂不懼 斯謂之君子矣乎 子曰 內省不疚 夫何憂何懼

사마우가 군자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네.” 사마우가 말했다.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으면 군자입니까?” “안으로 살펴봐도 잘못이 없으니까 걱정하고 두려워할 게 없는 게야.”


 음주운전단속을 하겠다는 경찰관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기를 들이밀었을 때, 땀을 뻘뻘 흘리며 헛기침을 해대는 사람은 분명 음주운전을 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당당하다면 갈 길도 바쁜데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어서 '후' 불고 지나갑니다. 뜸 들일 필요가 있나요? 마음속에 켕기는 구석이 있고 잘못이 많으면 마음을 조리며 두려워합니다. 모범운전자는 교통경찰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근심걱정이 없습니다. 마음은 덕에, 말과 행동은 도에 가있기에 늘 떳떳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덕을 가지고 있기에 "안으로 살펴보아도"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은 자기가 제일 잘 압니다.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무뎌지거나, 사람답게 살기를 포기한 사람이야 말로 잘못에 떳떳합니다. 도덕 앞에 떳떳해야지, 잘못 자체에 떳떳해서는 안 됩니다.




*술이 36 

子曰 君子 坦蕩蕩 小人 長戚戚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너그럽고 느긋하며, 소인은 언제나 걱정하지.”

*자로 26 

子曰 君子 泰而不驕 小人 驕而不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되 태연하지 못하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라는 말이 화장실 변기칸에 붙어있는 걸 본 적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사람은 머문 자리를 닮습니다. 그렇다면 농사꾼은 밭처럼 넓고, 나무꾼은 산처럼 굳세며, 어부는 바다처럼 시원시원할까요? 어쨌든 군자는 도처럼 너그럽습니다. 군자는 큰길처럼 누구나 따를 수 있게 상냥하고, 누구나 품을 수 있게 너그럽습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샛길처럼 좁고 구불구불, 울퉁불퉁하다면 소인입니다.


 군자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 느긋합니다. 도덕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습니다. 근거 없는 주장이 논파당하기 쉬운 것처럼, 도덕을 따르지 않는 소인은 늘 조마조마합니다. 속내를 들키기 싫고 감추고 싶기에 말이 많아집니다. 말을 온몸에 두르듯이 우쭐댑니다. 껍데기를 곱게 꾸며도 알맹이가 싱겁고 텅 비어있습니다. 말과 행동이 말미암을 곳이 있다면 우쭐대거나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됩니다.




*위정 12 

子曰 君子는 不器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란다.”  

*자한 6 

•••吾少也 賤 故 多能鄙事 君子 多乎哉아 不多也 牢曰 子云 吾不試 故 藝

 "•••내 소싯적에 천했기에 하잘것없는 데에 잘하는 일이 많지. 군자는 잘하는 일이 많을까? 많지 않아. “


 그릇은 남이 남는데 쓰이는 물건이지만, 군자는 사람을 담는 사람입니다. 남에게 쓰이지 않고 스스로 담습니다. 그릇은 쓰임이 없으면 버려지고 깨집니다. 사람도 쓸데없으면 버려져야 할까요? 어떠한 쓰임이 사람을 가르는 잣대가 되어버린다면 그야말로 '쓸모없는 사회'일 겁니다. 노인은 일을 할 수 없으니 고려장하고, 여자아이는 성씨를 이를 수 없으니 낙태해 버리는 짓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군자는 도구로서 쓸모없을지라도 사람으로서 훌륭한 사람이기에 버려지지 않습니다.




*위령공 33 

子曰 君子 不可小知而可大受也 小人 不可大受而可小知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자질구레한 일로 알 수는 없지만 큰일을 맡을 수 있지. 소인은 큰일을 맡을 수는 없고 자질구레한 일로도 뻔히 보이지.” 


 재주는 작고, 도덕은 큽니다. 군자는 그저 덕으로 도를 따를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소인은 자질구레한 일에 마음을 쏟으며 잘하네 못하네, 쓰이네 쓰이지 못하네에 매달리지만, 군자는 힘이 모자라 도덕을 따르는데 걸림돌이 될까 생각할 뿐입니다. 운전할 때 운전대를 돌릴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도로주행에 문제가 없습니다. 모범운전자에게는 F1선수처럼 화려한 핸들링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군자도 마찬가지로 재주가 많고 뛰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군자는 도덕에서 사람 사이에서 빛나고, 소인은 일에 마음을 쏟으면서부터 표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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