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모 e-commerce 업체에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이직을 했을 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 Product owner(이하 PO)라는 직무를 이렇게 생각했다.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product)들 중 특정 제품군을 담당하는 관리자
아마 e-commerce 사업을 하는 회사라서 위와 같이 유추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PO의 Product을 ‘판매하는 제품(군)’으로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나도 회사 인사팀에서 연락이 오기 전까진 Product owner가 뭔지도 몰랐고, 입사 후에도 한동안은 헤맸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e-commerce 회사에서 판매 제품군을 관리하고 판매업체(seller)와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하는 직군을 MD라고 주로 한다. 아마 Merchandiser의 약자 일 것이다)
Product owner은 보통 자체 개발한 software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IT 업체 특히 애자일 개발 방식을 따르는 회사에 있는 직무로, PO의 Product은 보통 software 중 일부 기능/모듈/서비스를 뜻한다. 예를 들어, 주문(order), 결제(payment), 검색(search), 판매자 사이트(seller office) 등은 각기 다른 product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이 product들을 담당하는 product owner들이 있는 것이다.
그럼 product owner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특정 product을 개발하여 서비스하기 위해선 개발자, 디자이너 외에 product owner와 같은 비즈니스 담당자가 필요하다. 뛰어난 기술과 화려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이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지 않는가. Product owner는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래서 결국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방향타 같은 role이라 보면 된다. (물론 PO의 능력과 관심사에 따라 시선은 달라진다)
우선 일부 회사 채용 공고의 Product owner의 역할/책임을 보자. 아래는 쿠팡 e-commerce 조직의 PO 채용 공고이다.
Responsibilities:
Design and launch innovative products and services
Own the product roadmap to improve KPIs related with your domain
Define and drive key initiatives in areas
Build a best-in-class customer shopping experience for mobile app and website
Analyze customer feedback and data, perform usability tests, and run A/B tests
Improve productivity and quality of our major operational processes
Find and remove bottlenecks that create pain points for customers
그리고 Booking.com 의 Product owner 채용 공고도 함께 살펴보자.
Responsibilities :
Help identifying customers’ behaviors and needs through research and analysis.
Take full ownership of the product, the prioritization of new features and enhancements to existing features in line with the strategy set by Booking.com B.V.
Empower and collaborate with your team to unlock their full potential.
Analyze, understand and share learnings from experimentation to build a strong knowledge base of the product.
Thrive to achieve optimal implementation of changes made to the product.
PO는 회사의 조직, 상황 그리고 제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일들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꼽아 보자면 아래와 같다. (내 의견이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여 이를 제품에 반영한다.(identify customer behaviors/needs)
제품이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product roadmap, vision), 제품을 개발하는 팀이 가장 효과가 크고 중요한 업무부터 수행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 결정을 한다(prioritization).
고객이 런칭한 기능/서비스를 우리가 원했던 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분석을 하고, 분석을 통해 배운 것을 다시 제품에 반영한다. (design > implementation/release > data analysis > learning > iteration of the process)
사실 나도 Product owner로 일하면서 처음 1년 동안은 닥치는대로 일했었다.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자기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운영 업무, 타 팀 컨택 및 협의 등 어찌보면 귀찮을 수 있는 업무들을 ‘내가 할게요’ 라고 하면서 처리했었다. 그러면서 내 업무량도 늘고, 야근도 늘어갔다. 허나 product management 관련된 도서와 문서를 찾아보면서 어느 순간 이런 깨달음을 느낀 적이 있었다. “아, 내가 개발자/디자이너를 돕는다고 내 본업(위 1, 2, 3번)에 focus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내가 이걸 제대로 못하면 배(team)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겠고, 이는 오히려 우리 팀 개발자/디자이너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입사 후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던 것 같다. PO는 제품/팀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역할을 함에도 나는 정작 ‘내 업무’의 우선순위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깨달음의 순간 이후부터는 바쁠 때일수록 되도록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려고 노력을 했었다. ‘내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하고.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Product owner나 product manager 모두 Role 자체는 관리자의 느낌을 풍기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개발자나 제품팀의 다른 실무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 PO는 사람을 관리(people management)하지 않고 제품을 관리(product management)한다. 제품을 관리한다는 뜻은, 위의 ‘product owner는 뭐하는 사람이에요?’에 있는 3가지 주요 역할 그대로다.
위를 다시 해석해보면 ‘관리자(boss, manager)가 아니면서 개발자들에게 영향(influence)을 끼쳐 팀을 리드하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너 이거 해’가 아니고 ‘우리 이런 상황이니,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런 걸 하자. 그러면 이러이러한 게 좋아질 것이다’와 같이 개발자들을 설득해서 움직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많은 PO들이 울고 웃을 것 같다. 각 개발자들의 성향에 따라 개발팀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고, 나랑 생각이 다를 확률이 굉장히 높다. 이런 개발자들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각 팀이 work on하고 있는 제품의 vision을 보여줘야 하고, 감이 아닌 데이터(DB의 데이터든, 리서치 결과든)로 얘기해야 하며, 팀이 개발하여 릴리즈한 기능들이 비즈니스에 어떠한 임팩트를 끼쳤는지도 주기적으로 공유하면서 동기부여도 해야 한다. ‘동기부여’는 PO의 main role은 아닐지 몰라도, 내가 맡고 있는 제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개발자들도 같은 미래를 보고 같이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 PO는 제품 팀의 ‘관리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필수라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좀 있다만, 본 Posting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른 글에서 다루어 볼까 한다.(이 글 참고 - Product owner? Product manager?) 내가 경험했던 위주로 Product manager가 뭔지, product owner와는 뭐가 다른지, program manager라는 건 또 뭔지 등에 대해 적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