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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일 Dec 14. 2020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충분히, 우리가 아플 수 있다면...

삶이 반복하듯, 죽음 역시 반복한다.

적어도 나의 하루에는 늘 죽음이 묻어 있다.

이제 막 아주 깊은 잠에 빠진 ‘아이’를 인도할 때마다 엄청난 중압감이 온몸을 가로지른다.

내가 할 일은 이 아이가 생의 바깥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축복하는 것이다. 살면서 지나치는 수많은 죽음 가운데 왜 하필 나는 여기 있는가, 스스로 질문할 때도 많다. 그렇지만 지켜야 하는 일이고, 그게 나의 직업 ‘반려동물장례지도사’의 일이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다 간 아이, 아프길 반복하다 마침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아이, 처량한 삶 끝에 늦게나마 여기까지 잘 찾아온 아이……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내게 온 아이들은 각기 다른 꿈을 꾼다. 하루의 반 이상을 자는 아이들에겐 익숙한 놀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놀이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고, 남아야 하는 이의 삶에 관여할 것이다. 보호자들 역시 서로 다른 슬픔에 잠긴다. 나의 강아지가, 나의 고양이가, 또는 나의 햄스터가 이제 곧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현실과 사실은 생각보다 압도적이다.

장례식장으로 연락을 취한 보호자 중에는 이미 패닉 상태인 보호자도 있고, 이미 울 준비를 다 마친 보호자도 있다. 물론 시종 담담한 목소리로 통화를 끝내는 보호자도 있다. 이들은 적어도

 아이들의 장례 의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처럼 동물장묘업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소중하게 아낌없이, 끝까지 사랑해 주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시간상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억지로 끊어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후회’를 남길 수 있다.

아이가 숨을 거둔 지 이제 한 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병원에서 사망을 확인하고 어쩔 줄 모르겠다며 알아봐 둔 장례식장으로 전화를 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빨리 치를 수 있는 장례

 가능한 시각을 문의했다.

“아이의 평생이었던 집에 돌아가셔서 가족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오세요.”

아이의 마지막은, 보호자라면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다. 보호자와 아이의 유대감에서 비롯한 본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보호자는 아이에게 미안해하기 시작한다. 지난 세월 잘해 준 것보다 못해 준 것만 생각나 저 멀리 떠날 준비를 하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괴로울 뿐이다.

그렇게, 조금씩 후회가 쌓인다.

그래서 나는 보호자에게

아주 작은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1. 사랑을 표현하세요.
2. 사진을 많이 찍어 두세요.
3. 털을 조금 모아 두세요.
4. 오랫동안 못 본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다면 만나게 해 주세요.
5. 버킷리스트를 준비하세요.
6. 장례식장에 대한 정보도 미리 알아보세요.
7. 남은 시간 집에서 함께 해 주세요.
8. 마지막을 침착하게 지켜주세요.

아이의 죽음 앞에서 담담해지라는 것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죽음 외에는 이러한 절차가 중요하다. 아이를 경황없이 보내는 것은 지우지 못한 후회를 남긴다. 무엇보다 장례식 이후 펫로스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많은 보호자들이 싸늘히 식은 아이의 마지막 모습에 충격을 받아 신속히 장례를 치른다.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장례의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애도의 시간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현저히 적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어영부영 아이를 보내고 정신을 차려 보면, ‘내 아이’는 세상에 없다.

그것이 "장례" 다.

떠나보내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와 잘 이별하길 바라는 보호자들은 보통 맹목적인 사랑과 헌신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반려동물을 위한 것이지 본인을 위한 헌신은 아니다. 그래서 ‘나의 전부’라 생각했던 아이를 잃고 매우 불안정해진 정서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러니까 장례를 치르는 횟수만큼, 혹은 상담 전화를 받는 횟수까지 더하면 더더욱 많은 이야기를 접한다. 다만 이들이 마주할 아픔을 제대로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제 조금은 달리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반려동물이 죽은 것이 아니다.

‘내 삶’의 궤적이 바뀐 것이다.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중에서


http://brunch.co.kr/publish/book/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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