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성일 Jan 08. 2021

EP.

epilogue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에필로그 (epilogue)




이제는 모두가 안녕한 시간,

‘반려동물이 떠나고 죽고, 나만 남는다.’


몇 번이고 해 본 생각이지만,

그때마다 두렵고 막막하고 자신 없다.

그런 내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반려동물과의 작별을 돕고 있다.


매일 슬프고, 매번 안타깝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그게 또 그렇지도 않다.


평생을 함께하자던 약속이 

불가능해진 순간

무너져버리는 이들에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의 슬픔을 치유해줄 수도,

줄여 줄 수도 없다...


그들은 계속 슬플 것이고,

난 거기에 작은 위로를 보탤 뿐이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사무친 마지막 인사를

영영 잠든 아이에게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아이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조심히 잘 건너갈 수 있도록

염원해 주는 것이야말로

곳에 남게 된 보호자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이다.


반려동물의 장례를

지도한다는 건 그런 거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슬픔의 지속은 멈출 수 있고

상심의 크기도 줄일 수 있다.


보호자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후회가 평생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반려동물 장례 후 보호자가 겪는

극심한 펫로스증후군은,

질병이나 외상처럼 약물이나 수술로

호전되거나 완치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고통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많은 보호자의 눈물을 수 없이 지켜보았던

나의 고민은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내 경험으로써

당신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충분히 위로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다.


내가 배웅했던 그 많은 반려동물들을

곰곰이 기억하고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내 마음을 정리할 필요도 있었다...


장례 후에 맞닥뜨리는 슬픔은

곧 진정될 테지만, 

계절 계절마다 을 에는 후회는

일상에 잠복하다 어느 순간마다

우리를 그 슬펐던 계절로

다시 되돌려 놓을 것이다.


부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되돌아온 슬픔에 무뎌지길,


이제는,

견디는 삶에서 안녕한 삶으로

살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 책을, 끝까지 쓸 수 있었던 것은

펫포레스트 이상흥 대표님과 랜 시간

함께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켰던

동료 반려동물장례지도사들 덕분이다.

그들의 헌신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그리,

존재만으로도 내게 세상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주는 아내와 나의 반려견 싼쵸에게 감사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배웅해 준 반려동물 아이들과

날 믿고 아이를 맡겼던 보호자 분들에게,

당신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그동안 충분히 잘 견뎌왔다고 말하고 싶다.



2020 가을,

반려동물장례지도사 강성일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중에서


http://brunch.co.kr/publish/book/3402




이전 29화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